[박광준 기자] 투자자들에게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 사태’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이 현금 사용 내용 등을 적은 업무수첩 2권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김 전 회장과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심문섭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팀장을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가죽 업무수첩 2권과 5억3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공개된 대신증권 반포 WM센터장 출신 장모씨와 피해자와의 대화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인물’로 지목된 인물로, 그는 고향 친구인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 대가로 금감원의 라임 사전조사보고서를 입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김 전 회장의 수첩에는 그의 일정과 함께 그간의 자금 사용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라임 사태의 ‘진짜 몸통’이 누군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금융업계에서는 그간 김 전 회장이 라임의 ‘진짜 몸통’이 아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라임 사정을 잘 아는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사실 ‘미꾸라지’에 불과한데 그간 라임 사건의 ‘몸통’으로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 “수천억씩 씹어 먹고도 드러나지 않은 ‘붕어’나 ‘잉어’는 따로 있다”전했다.

실제 한 탤런트의 전 남편이자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엔터테인먼트업체 대표 출신 이모씨는 자신이 실소유 한 상장사들에 2000억 넘는 라임 자금을 투자받았다.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 상장사 한 곳을 통해 라임 자금  을 끌어와 500~600억 정도의 횡령 의혹을 받는 것에 비하면 4배 넘는 규모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압수한 수첩에 김 전 회장의 ‘어마무시한 로비’ 대상이 적혀 있거나, 적어도 이를 추론할 내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녹취록에서 말한 ‘어마무시한 로비’가 사실이라면, 라임 수사는 이제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