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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석 구석 313] 연세대학교 청송대(聽松臺)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4-04-10 09:27:43
  • 수정 2024-04-10 23: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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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훈 기자] 청송대는 눈과 머리와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주는 숲으로 알려져 있다. 연희전문학교 때부터 동문 쪽으로 향해 난 뒷길은 유명한 데이트 장소로, 청송대의 다람쥐를 보면 애정이 깊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연인과 분위기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밀회를 즐기던 곳이면서, 연고전과 축제 기간에는 모여서 떠들고 몰래 고기를 구워먹거나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물론 금지된 행동이다.






이 숲에서 소나무 소리를 듣고 예찬하면 문학과 철학의 싹이 튼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한국 문학의 보석 같은 수필을 남긴 이양하(李敭河, 1904년~1963년) 교수는 청송대에서 받은 감성으로 '신록예찬'(1947 이양하 수필집)과 '나무'(1964)를 썼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신록예찬' 중에)


연희전문학교 농업실습지도원으로 근무하다가 광복 후 신생회를 조직하고 농촌운동에 헌신한 최태용 목사는 매일 청송대를 찾아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민경배 명예교수는 6.25 당시 서울을 탈환해야 하는 국군과 인민군의 격전지로 포탄을 맞고 불타서 사라진 청송대가 보여준 신비로운 재생 능력을 강의시간에 전했다. 아무도 청송대 숲을 재생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소나무 숲이 재생된 것이다. 되살아난 청송대 나무들에는 전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청송대는 우리 대학교의 깊은 역사만큼 많은 소리를 수용한 곳이다. 2008년 9월에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돼 데이트하던 학우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절에는 학과마다 있던 풍물패 동아리의 요란한 연습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고, 동문으로 등교하는 길에 무예 동아리의 고함과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따금 국악 동아리에서 신입 대금 연주자의 자세를 교정시키면서 대금 소리가 처지면 어깨에 죽비가 작렬하기도 했다./사진-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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