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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놓지 않겠다"...'83세 최고령 수능생' 김정자 할머니, 숙명여대생 됐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1-26 10: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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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숙명여대 홈페이지

[박광준 기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필을 놓지 않겠다"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화제가 된 김정자 할머니(83)가 숙명여대 입학의 꿈을 이뤘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평생학교에 다니며 한글부터 중.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움의 열망을 채워나간 만학도, 김정자 할머니.


"손녀가 졸업한 숙명여대에 꼭 입학하고 싶다"면서 소망을 밝힌 김정자 할머니는 지난해 최고령 수험생으로 수능에 응시했는데, 그 꿈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23일 숙명여대는 공식 누리집을 통해 "1941년생인 김정자 할머니가 2024학년도 숙명여대 (평생교육기관인) 미래교육원 사회복지전공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입학을 앞둔 김정자 할머니를 학교 캠퍼스로 초청해 장학 증서와 명예 학생증을 전달하면서 따뜻한 용기와 격려를 전했다. 


사진=tvN 방송 캡처숙명여대 측은 김정자 할머니의 학업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고, 해외에 있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김정자 할머니의 소망에 보탬이 되기 위해 영어 교육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김정자 할머니는 "3월에 입학하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나이가 많아서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배워도 자꾸 잊어 먹겠지만, 그래도 다니기는 열심히 다닐 것"이라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필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공부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 함께 입학한 새내기 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살려 자신의 진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 손녀처럼 실력이 금방 늘 것 같다"는 덕담도 건넸다. 


아궁이만 하나 있는 방에서 삼 남매를 키우기 위해 손톱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고된 일들을 도맡으면서 살아온 김정자 할머니. 


한평생 가족을 지켜온 그가 뒤늦은 나이에 배움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한 대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한 학생이 노트 한 장을 찢어 ㄱ, ㄴ을 써주며 차근차근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날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처음 마주하게 됐다. 



하나둘씩 한글을 터득하면서 더 많은 것이 궁금해진 김정자 할머니는 딸을 미국으로 보내는 공항에서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를 어떻게 아나. 딸을 보내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라면서 글을 모르는 설움에 눈물이 앞섰고, 그때부터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은 부채에서 만학도들이 다니는 '문해 학교'라는 것을 알게 돼 처음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로 그는 "모든 것이 즐겁고 눈을 뜨니 좋다"면서,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이런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후 5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4년 만에 유퀴즈에 다시 출연해 “손녀딸이 숙명여대를 졸업했는데 자기 학교가 최고라고 자랑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도 가고 싶다”면서, “성적표를 받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았지만 숙대 영문과는 조금 힘들 것 같다. 숙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과를 지망하겠다"고 말했다. 


"수없이 배우고 싶었지만 환경의 지배를 받아 배움길을 놓쳐버렸다. 내 젊은 인생은 바람처럼 스쳐갔다. 비록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신은 초롱초롱하다. 파도는 밀려오고 또 밀려오지만 한번 간 내 인생은 밀려오지 않는다. 기약 없는 공부지만 오늘도 하늘 언저리를 서성거린다. 나는 지금 탱자나무지만 귤나무가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유퀴즈 방송 중 김정자 할머니가 쓴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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