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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몰래 녹음’ 사생활 침해 심하면 증거 못 써...대법 첫 판단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4-01-08 1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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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경우 그 경위와 내용에 비춰 사생활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판결 대상이 된 사건에 대해서는 상대방 몰래 전화 통화를 녹음했더라도 통화를 나눈 당사자가 이를 시도한 본인이라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라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 씨 등 4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 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나, 그러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의 배우자가 동의 없이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조작해 통화내용을 녹음한 사건에서, 배우자가 피고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통신비밀보호법상 문제가 되지 않고, 배우자가 전화통화의 일방 당사자로서 피고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피고인의 발언 내용을 직접 청취해 녹음 파일을 제3자에게 유출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자가 피고인들의 범행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나 계획 아래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고, 수사기관 역시 위 전화통화의 녹음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은 채 적법하게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하던 중 우연히 이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방 당사자의 녹음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면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도 있지만, 이 사례는 그렇지 않아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앞서 최 씨 등은 2019년 3월 실시된 지역수협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인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최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던 중 다수의 통화녹음 파일을 입수해 이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그런데 이는 최 씨의 아내가 최 씨 몰래 녹음한 것들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부정을 의심해 최 씨 몰래 휴대전화의 자동 녹음기능을 활성화했고, 최 씨는 이를 모른 채 수년간 다수의 녹취 파일을 남겼다.


1.2심은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문제가 된 건 휴대전화에 녹음된 최 씨 부부의 통화 내용을 혐의 입증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해당 통화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쌍방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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