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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앞두고 교통사고 당한 26살 막내딸...4명 살리고 떠났다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3-11-21 19: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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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눈을 감은 장기 기증자 박래영(26) 씨./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 캡처[박광준 기자] "우리 딸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생일을 열흘 앞두고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방심 차량에 치여 뇌사에 빠진 26살 여성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영원히 잠들었다.


가족들은 막내딸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속에서도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던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3일 고대구로병원에서 박래영(26) 씨가 4명에게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9월 18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선 박 씨는 집 앞 횡단보도에서 초록불 신호에 맞춰 길을 건너다가 방심 운전 차량에 치이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당시 가해 운전자는 서류를 줍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를 냈는데, 이 사고로 박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다쳤다.


박 씨를 제외한 3명은 찰과상을 입었고, 병원에 이송될 때부터 의식을 잃었던 박 씨는 의료진의 치료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한 달가량 이어진 치료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박 씨의 가족들은 결국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왔다고 생각해 평소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던 막내딸의 뜻을 살려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원에 의하면 경기 안양시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헌혈과 봉사활동을 즐겨하는 등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던 박 씨는 연구소 회계 업무 및 동물병원, 요식업 등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기계발을 하며 살아가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박 씨의 어머니 이선숙 씨는 "래영아, 엄마가 하늘나라 편지(기증원 홈페이지)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너에게 글을 쓰고 있어. 네가 그랬잖아. 파랑새 엽서를 엄마한테 써주면서 파랑새처럼 행복하게 살라고. 엄마도 파랑새처럼 살 테니까 너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면서 막내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문인성 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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