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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 개정증보판' 출간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1-03-30 2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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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 개정증보판을 내게 됐었다. 그동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요청이 많았다.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하는 기꺼움마저 느낀다.


출발은 소박했다. 매일 뉴스를 직접 진행하면서 접하는 지역명(地域名), 회사 명칭, 학교 이름들의 장단(長短)이 궁금했다. 자료를 찾고 모으고 하는 사이 양이 많아졌다. 내친김에 일반 단어들까지 손을 미쳤다. 우리 발음사전들은 대개 너무 크고 무겁다. 꼭 필요한 부분만을 추리되 전문성을 잃지 않으면서 간편히 볼 수 있는 발음사전을 만들어보자는 데 생각이 닿았다.


표준어는 알다시피 표준문자와 표준발음으로 나뉜다. 그런데 표준문자에 비해 표준발음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다. 커뮤니케이션과 소통이 화두인 세상에서 말하기, 듣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 기본은 발음이다. 발음이 명료하고 정확한 다음이라야 억양, 어조, 빠르기, 음색을 논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쌓여 말씨, 말투를 이룬다.


우리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말을 영국에서는 ‘RP(Received Pronuncia- tion)’라 부른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누구나 ‘수용하는’ 표준발음이라는 뜻이다. 이는 문자에 우선하는 발음의 우위를 웅변한다.


이 사전은 최초로 발음상 유의미한 지명, 회사명, 학교명을 두루 실었으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 작품, 용어 등을 포함한다.


일반 어휘는 사용 빈도가 높은 것을 추렸다. 무엇보다 장단과 고저 구분, 평음.경음.격음의 문제, 소리의 동화.첨가 여부 등을 신경 써 배열했다. 국어사전에 없는 시사.학술.전문 용어와 교양어, 신어(新語) 등도 과감히 실었다.


‘국어’라는 영역은 기준, 법칙, 규정 등의 딱딱한 틀을 연상시킨다. 마치 국어사전의 집대성처럼 돼버린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도 점점 더 넘지 못할 옹벽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국어 어문규범이 정착되고 표준어 사정원칙과 표준발음법이 나온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특히 발음 현상은 빠른 세태 변화만큼이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실험정신과 도전 의식이 국어의 영역에서도 존중받을 만한 가치라는 전제 아래, '표준국어대사전'과 상치하는 부분이 이 사전에는 꽤 있다. 사실 재야학자 및 민간 국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미비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특히 표준발음 영역에서는 저간의 발음 사정(査定) 작업이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했느냐의 문제에서부터 규범과 현실 사이에서의 ‘선택’과 ‘판단’에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차지하는 ‘통일성’의 순기능이 긍정적이라 해도 이는 자칫 ‘획일화’의 다른 이름으로 고착될 수 있고, 변화와 다양성을 짐짓 방해한다. 그래서 표준발음 영역만이라도 이 사전이 새로운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지는 변곡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아나운서는 국어학자가 아니다. 그러나 국어를 사용하는 가장 예민한 관찰자요 철저한 검수자다. 학자들이 책상 앞에 있을 때, 우리는 ‘현장’에 서 있다. 특히 ‘말하기’와 ‘읽기’라는 기능국어 영역에서 본보기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 사전은 그 책임감과 소명의식의 산물이다.


30년 넘는 아나운서 생활 동안 20년 이상을 한국어 연구와 교육에 매진했다. 한국어 발음의 이론과 실제를 교안화한 것을 시작으로 외래어, 로마자 표기, 표준발음법, 표준어와 지역어 등 영역에서 글쓰기와 강의를 병행했다. 특히 각종 사내외 국어시험 출제 작업을 통해 국어의 근력을 키웠다.


이 사전은 우선 방송.신문 등 언론사 입사를 앞둔 아나운서.기자.PD 지망생들에게 한국어 발음을 위한 충실한 벗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 종사자 및 출연자들도 늘 가까이에 두고 직업적 재교육의 도구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 땅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비롯한 외국인에게도 우리말 발음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강의하면서 느낀 것은 문자 중심의 교육을 받다 보니 우리글을 익혀도 제대로 된 음가(音價)를 못 낸 채 발음하게 되고, 그 결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특히 발음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요 국제음성기호가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스피치’ 문제다. 입시를 앞둔 초.중.고생들에게 면접과 구술의 비중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설득.협상.리더십 관련 서적과 강좌가 봇물을 이루고 학원들은 우후죽순 난무한다. 그러나 거개가 지엽적 기술과 요령에 함몰되어 본령을 간과하고 있다.  


‘말하기’는 ‘바르게 읽기’가 그 전제요 선행조건이고, 그 기본은 명료하고 정확한 발음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말씨를 익히고, 그 다음 세련된 화법을 배워 유창하고 근사한 말솜씨를 이뤄내는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품는다 했다. 생각해보라. 콘텐츠(내용)가 아무리 좋아도 그 거푸집이라 할 수 있는 발음이 허술하다면 성과가 날 것인가?


자신의 생각.느낌.주장을 솔직하고 논리정연하게 펼치는 것을 얼추 ‘말하기’의 정의로 삼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대전제는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발음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감하고 잊지 말기를 바라며 이 사전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강성곤은 서울 종로 출생. 신일고.고려대.同 언론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5년 KBS 공채 아나운서 11기로 입사. TV에서 '중학생퀴즈'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문화탐험 오늘' 등을, 라디오에서 '음악의 산책' 'KBS음악실' '라디오 네트워트' 등을 진행했다. 또한 스트레이트 뉴스.클래식DJ.의식 중계.사회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일찍부터 발음.리딩.아나운싱.외래어 등의 이론화에 천착해 KBS 내외의 교육.강의.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대 KBS한국어능력시험(2004)부터 2020년까지 출제 및 검수위원을 역임했고, 각종 기관.단체.기업.학교의 강단에 섰고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간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를 지냈다. 이후 한양대 신방과.중앙대 국문과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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