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준 기자] 산업 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해 최대 징역 10년 6개월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원의 양형기준이 29일 확정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 법정 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 중요내용이다.
산업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 치사 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징역 1년~2년 6개월(종전 6개월~1년 6개월)로 높이고, 감경 인자에서 기업 측이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법원에 공탁금을 낸 경우를 삭제토록 했다. 여러 명이 사망했거나 5년 내 재범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 6개월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양형 기준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날부터 기소되는 건에 적용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번 의결안은 지난 1월 양형위원회가 처음 공개한 권고안이 원안 가결된 것이다.
앞서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의 고(故) 김용균씨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국회는 사용주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준수 의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업주는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5년 내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형을 50% 가중토록 했다.
지난해 6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영란 위원장을 면담해 이 같은 법 개정 취지를 설명하고, 법원의 양형 기준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양형 기준 권고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도입과 함께 기업의 산재 책임에 무게를 두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 이용자까지 피해자로 볼 수 있도록 했고, 경영주에겐 징역 1년 이상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5배) 규정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