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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32] 제9회 무죽페스티벌 공식 초청작, 문삼화 번역 연출 '덤 웨이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3-06 00: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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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극장 동국에서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해롤드 핀터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덤 웨이터를 관람했다


해럴드 핀터(: Harold Pinter, 1930 ~ 2008 )는 영국의 극작가, 배우, 연출가다. 왕립연극학교와 센트럴 연극학교(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 Drama)에서 배우 훈련을 받고 아뉴 맥매스터 극단(Anew McMaster repertory company)에 합류했다.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그는 '데이비드 배런(David Baron)'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그는 1957년 첫 작품인 희곡 《방》(The Room)을 발표했다. 1960년에는 《관리인》(The Caretaker)이 크게 히트하여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그 밖의 작품으로 《귀향》(The Homecoming, 1964), 《풍경》(Landscape, 1967), 《침묵》(Silence, 1968) 등이 있다.


해럴드 핀터는 2002년에 식도암 진단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하면서 2005년 자신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수년 간의 투병생활 끝에 2008년에 세상을 떠났다.


극작을 시작하며 단막극 《방》(The Room, 1957), 《요리운반용 엘리베이터》(The Dumb Waiter, 1957)와 최초의 장막극 《생일잔치》(The Birthday Party, 1957)를 연속 발표했다. 이들은 흥행에 실패했으나 《관리인》(The Caretaker, 1960)으로 핀터는 장기공연에 성공하고 극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핀터의 작품은 그 이전의 연극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 처음에는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다. 그의 연극은 한마디로 연극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라 할 수 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흔히 '위협의 희극'이라 불린다. 핀터 연극의 기본적인 상황은 외부로부터 차단된 방이라는 안전한 공간이 언제나 예고도 없이 외부의 파괴적인 힘의 침입을 받는 위협과 공포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 상황이 관객에게 미치는 정신적·심리적 효과는 핀터의 연극에서는 상황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신원과 행동의 동기가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고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전혀 일상적인 논리성을 지니지 않고 있다는 데서 온다. 따라서 그의 연극은 논리적인 인과관계나 인물의 성격을 분석하는 등 이전의 연구 방법론으로는 온전히 이해될 수 없었다.


핀터는 연극을 통해서 진리를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연극의 존재 이유는 시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연극 자체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접 체험케 하려고 한다. 그러나 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의 경향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 종래의 폐쇄된 방을 헐고 인물들의 심층(心層)을 성(性)과 시간의 프리즘으로 탐사하고 있는데 《귀향》, 《풍경》, 《침묵》, 《과거》(Old Times, 1970), 《무인지대》(No Man's Land, 1974)가 그것이다. 그 밖에 《미열》(A Slight Ache, 1958), 《지하실》(The Basement, 1966) 등이 있으며 핀터의 작품들은 라디오, 텔레비젼, 영화 등의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됐다.


문삼화 연출은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역임하고 그 후 서울시극단 단장도 역임한 미녀 연출가다. 연출작품은 ‘잘자요 엄마’ ‘뽕짝’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 '로미오와 줄리엣' 을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 제16회 김상열 연극상 2016 올해의 연출가상 등을 수상했다.


무대는 창문 하나 없는 지하실에서 펼쳐진다. 배경 가까이 중앙에 기둥이 있고 무대 좌우에도 객석 가까이 기둥이 있어 요리 승강기가 배경쪽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무대 하수쪽 배경 가까이와 객석 가까이에 내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객석 출입구도 동선으로 사용된다. 무대 중앙에 입체로 된 직사각의 조형물이 가로 세로로 떨어져 배치되어 침상과 의자로 사용된다. 벤과 거스는 정장에 백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권총도 소지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있고, 신문을 들여다 본다. 벤과 거스는 어떤 조직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제거할 대상이 누구인지, 왜 제거 되어야만 하는지, 명령을 내린 조직이 어떤 조직인지, 그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한다. 다만 이곳으로 들어오는 인물을 제거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는 것을 알 뿐 모든 상황은 불확실할 뿐이다.


그들은 그런 불확실한 기다림 속에서 그들이 축구장에 ‘같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의 문제와 ‘주전자에 불을 켜는 것’과 ‘주전자에 불을 붙이는 것’ 중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의 문제로 갈등을 일으킨다. 이 갈등은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게임으로 실상은 보이지 않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벤은 거스의 질문을 전환하거나, 또는 명령과 문답, 질책과 회유,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여 자신이 상급자임을 확인시킨다. 이에 거스는 집요하게 되묻거나 반복되는 질문 등으로 벤의 권위에 도전하고 지난 임무를 계속 회상하거나 당일 아침 상황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이러한 거스의 도전과 의문은 벤을 넘어서 조직으로 확대되고 명령자인 윌슨과 그들의 대우에 대해 불평한다. 이때 알 수 없는 족지가 기둥 아래서 발견되고 갑자기 덤 웨이터 (요리 승강기)가 작동되어 긴장감이 고조된다. 덤 웨이터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쪽지가 내려오고 벤과 거스는 주문된 음식대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을 모두 올려 보낸다. 결국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욕구를 해결할 음식을 남기려는 거스와 그것조차 조직을 위해 희생하려는 벤의 갈등이 희화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계속되는 덤 웨이터의 주문은 거스를 한계에 다다르게 하고 이런 알 수 없는 사건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벤과 거스의 갈등 속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마침내 덤 웨이터의 인터폰을 통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드디어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등장하는 듯싶다. 그러나...


해롤드 핀터는 베케트, 이오네스코, 아라발등과 더불어 현대 연극을 말할 때는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고 문체의 다층적 해석 가능성과 상징적 코드들 그리고, 핀터레스크라고 표현되는 핀터만의 극적 분위기는 영국뿐만 아니라 국내의 극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최초의 덤 웨이터 공연은 1971년 극단 작업의 길명일 연출에 의해 공연되었고, 최융부와 하대경이 벤과 거스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진샘과 허동수가 벤과 거스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혼신의 열정을 다한 땀 투성이의 호연으로 긴장감 속에서 관극을 하도록 만들고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액팅코치 김연재, 무대 김혜지, 조명 문동민, 사운드 류승현 신지용, 포스터 이지혜, 오퍼 윤예림, 조연출 김지원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도 하나가 되어 제9회 무죽페스티벌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해롤드 핀터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덤 웨이터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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