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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정은채의 현실 이별 로맨스...영화 ‘어쩌면 우린...’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3-02-04 01: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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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아영(정은채 분)과 준호(이동휘)는 오래된 커플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함께해 온 두 사람은 서른이 넘어서도 서로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관계의 안정감과 사랑의 크기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한 준호, 그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꿈을 포기한 채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아영.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지쳐만 간다.


두 사람은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제목처럼 헤어지기 전부터 이 관계가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영화는 여타 로맨스 작품과 달리 두 사람이 이별하는 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영과 준호의 다툼은 지극히 사소하고 그렇기에 결별 과정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아영은 30대가 훌쩍 넘어서도 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준호가 창피하다. 친구들 모임에 다 늘어난 티셔츠에 체크 남방을 걸친 준호에게 '좀 차려입고 나오지'라며 툴툴댄다. 자기 앞에서는 큰소리치다 경찰 앞에선 '괜찮다'면서 화도 내지 못하는 모습은 미덥잖다.


준호는 돈을 번다는 이유로 집안일에 손도 대지 않는 아영이 못마땅하다. 라면을 끓일 때는 '생각 없다'고 해놓고, 먹을 때 와서 '한 입만 달라'며 라면을 다 먹어버리는 아영에게 화를 낸다. 싸우자마자 생활비 카드를 정지시키는 것도 괘씸하다.


형슬우 감독은 5∼6년 전 구상했던 단편에 살을 붙여 장편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자가 전 연인에게 태블릿 PC를 돌려주러 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별을 앞둔 때부터 각자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긴 뒤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으로 확장됐다.


형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이별에 방점을 찍은 영화"라면서, "썸을 타고 사랑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잘 정리가 돼 있는 여느 로맨스 영화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영과 준호는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새 연인은 이전 연인과 정확하게 상반되는 특성이 있다.


아영은 재력과 자상한 성격을 두루 갖춘 남자 경일(강길우)을 만나고, 준호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대학생 안나(정다은)과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관계마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


영화는 작은 오해와 갈등이 쌓여 이별한 커플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쫓아가면서 관객의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


주연 배우인 이동휘와 정은채는 꽤 성공적으로 극을 이끈다. 이동휘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 톤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정은채는 평범한 30대 여성을 연기해 전작에서 볼 수 없던 이미지를 선보인다. 특히 두 사람의 신선한 조합은 참신한 매력을 더한다.


이동휘는 "아영과 준호가 오랜 연애 끝에 형성한 안정적인 관계가 순간 사라졌을 때 오는 허탈함이나 공허함을 표현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오는 8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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