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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해 하기 16] 이삭이 야곱을 축복하다(창세기 27장 1~27절)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3-02-04 09:29:57
  • 수정 2023-02-06 07: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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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e Doré - Isaac Blesses Jacob

[우성훈 기자] 노년이 되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삭이 그의 맏아들 에서를 불러 그리고 에서에게 자신이 노환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니 그를 축복하기 위해 짐승을 사냥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엿듣고 있던 그의 아내 리브가가 에서의 쌍둥이 동생 야곱을 불러 그에게 이삭과 에서가 나눈 얘기를 들려준 뒤 야곱에게 이삭이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어 줄 테니 이를 에서보다 먼저 바쳐 이삭이 에서에게 주려 한 축복을 대신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야곱은 형은 털이 많은 사람이고 자신은 매끈매끈한 사람인데 아버지가 자신을 만지면 자신이 에서가 아님을 눈치채 축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리브가는 야곱이 받을 저주는 자신에게로 돌릴 테니 자기만 믿고 염소를 가져오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리브가는 야곱이 가져온 염소로 이삭이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고 에서의 좋은 의복을 야곱에게 입히면서 염소 새끼의 가죽을 그의 손과 목의 매끈매끈한 곳에 입힌 뒤 야곱을 이삭에게로 나아가게 한다. 야곱은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게 나아가 자신이 에서라면서 아버지가 명하신 대로 짐승을 잡아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별미를 만들어왔으니 이를 잡수시고 자신을 마음껏 축복해달라고 한다. 


그러자 이삭은 너무나 빨리 짐승을 잡아 온 그에게 놀라워하며 어떻게 이같이 빨리 잡아 왔냐고 물으니 이에 야곱은 이삭에게 하나님께서 순조롭게 만나게 하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자 이를 의아해하던 이삭은 정말 자신의 앞에서 얘기하는 자가 에서인지 알아보기 위해 야곱을 가까이 불러 그를 만져봤지만, 그의 몸에 털이 있는 것을 느끼곤 그가 누구인지 분별하지 못한다. 그러자 이삭은 야곱이 준비한 고기와 포도주를 마시고 야곱에게 입을 맞추고 그의 옷의 향취를 맡으면서 그를 축복한다. 그리고 그에게 풍성의 복과 섬김을 받는 복, 그리고 그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는 축복의 복을 받길 원한다고 야곱을 축복한다. 이삭이 에서처럼 행세한 야곱을 축복한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든, 직장에서 승진하는 것이든, 좋은 아버지나 좋은 어머니, 좋은 아내 좋은 남편, 훌륭한 자식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 우리의 주변 사람이나 가족, 친구에게 더 나은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야곱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하고 얌전한 겉모습과는 달리 야곱은 형 에서만큼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소싯적엔 팥죽으로 형 에서의 장자권을 사기도 하는 등 야곱은 형의 특권을 나눠 받고자 하지만 고대에 유목민의 가정에서 진정한 권위는 가장이었던 아버지 이삭에게 있는 법, 야곱은 싸움 잘하고 남자다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의 형 에서에게 가문의 모든 재물과 권위와 하나님의 축복을 모조리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한다. 그래서 야곱은 인륜을 거스르는 아버지를 속이고 형 행세를 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형을 제치고 아버지를 통해 가문의 모든 권위가 계승되는 하나님의 복을 받고자 한다. 야곱이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아버지와 형제를 속인 것이다.


그러나 결국 야곱의 그 꾀는 아버지와 형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야곱이 아버지를 속였단 사실은 결국 얼마 안 가 들키게 되고 또 그 과정에서 야곱은 뒤이어 돌아온 에서가 그를 야곱이라고 착각한 아버지 야곱으로 하여금 그의 원래 받아야 할 축복 대신 저주를 받게 함으로써 형의 진노를 하게 된다. 물론 야곱의 입장에선 자신의 장점을 생각해주지 않고 자신보다 하나님을 섬기는 가업을 소홀히 하고 장자의 본분마저 잊어버리고 자기 멋대로 행하는 에서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모든 특권을 물려받는 데에 부당함을 느꼈겠지만, 그 또한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등쳐먹는 부당한 방법으로 축복을 차지함으로써 자식과 형제의 도리를 저버리는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야곱의 이 행위로 인해 아버지는 아들을 또 형은 동생을, 아버지는 어머니를 서로 미워하게 되고 불신하게 만들며 어쩌면 서로 간의 분노로 싸움이 일어나 부족 전체의 안위가 위협받는 불화의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야곱이 부모에게 또 형제에게 인정받고 세상에 위대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그의 아버지와 형의 마음과 가문을 상하게 한다.


결국 부모와 형제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술수를 선택한 야곱은 그의 가정과 그 자신마저 파탄에 이르게 만든다. 야곱은 장자의 중요성과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에서보다 더 잘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맞게 됐을까. 이는 그에게 있어 가장과 하나님이란 것도 결국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와 같았기 때문이다. 야곱에게 가장이란 가족을 이끌고 보호해 사랑할 책임을 지닌 존재가 아닌 가족의 모든 구성원을 다스려 자기 뜻대로 하는 권력자의 지위였고 하나님은 그저 자신에게 재물과 복을 가져다주는 존재였다. 


그래서 야곱은 결국 인간적인 욕심으로 가문의 수장이라는 지위도 또 하나님의 축복을 얻으려 했고 이를 위해 인간적인 방법을 붙잡았다가 결국 그 한계로 인해 가정의 불화와 그 자신마저 형의 미움을 사 아버지의 장막을 떠나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버리는 몸이 되고 만다. 마치 무리한 정책을 밀고 가다 정작 그 버팀목이 되어주는 국민의 생활을 파탄에 이르는 위정자들이나 자신의 성공이나 목적에만 애쓰다가 정작 자신을 도와주는 가족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야곱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정작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존재를 소홀히 여겨 형제의 미움을 사 비참한 도망자 신세가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순간 야곱과 함께해 그를 구원하기 시작한다. 이는 야곱이 형으로부터 팥죽으로 장자권을 사고 하나님의 축복을 형과 아버지로부터 빼앗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천부적으로 하나님이 결정하신 장자권이라는 순서가 사람의 얄팍한 수로 사고 팔리는지도 모르겠고 하나님께서 가장의 권위나 그의 선택하신 이삭에게 축복을 부여할 능력을 주지 않지는 않으셨을지 모르지만, 아내가 자식이 그 부모를 속이고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자식이 부모를, 동생이 형을, 아내가 남편을 속이는 이 상황 속에서 이삭이 속임수로 쟁취한 이 축복에 하나님이 임하셨을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삭에게 임하신다. 이는 사람의 중심을 보는 하나님께서 그 야곱의 가정과 야곱의 비열한 술수 속에 깃들어 있는 야곱의 마음을 보셨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릇된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사람의 한계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려다 넘어지고 그러다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힐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보셨기 때문에, 그래서 그 마음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에 하나님은 이 무엇이라도 붙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존재에 임하신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지만, 그 마음을 이룰 방법을 몰라 그러다 결국 지나쳐 사랑하는 연인을, 동료를 주변 사람들을 다른 사람을 상처 입히는 나약한 이 존재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 존재에게 임하신다. 발버둥 치면서 붙잡는 야곱, 아니 이 인간 중의 인간을 굽어보시는 하나님의 빛이 이제 야곱에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야곱에게 하나님이 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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