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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수요 위축에...서울 빌라 전세가율 80% 아래로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3-01-24 08: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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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7%P 떨어져 78.6%...고금리 따른 월세 선호 현상에


[이승준 기자]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80% 이하로 떨어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거래가 뚝 끊긴 가운데 매매보다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전세가율이 낮아진 것이다. 고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더해 신축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가 확대되면서 전세수요가 가라앉은 원인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다세대.연립(빌라) 전세가율은 평균 78.6%로 전월(80.3%)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82.0%를 기록한 이후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세입자는 집주인으로부터 보증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크다고 본다. 전세가율 하락은 집값 하락폭보다 전세가격 하락폭이 더 커져 발생한 결과다. 서울 연립주택(빌라) 매매가격은 지난달 0.87% 하락한 데 비해 전셋값은 1.15% 내려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세수요가 쪼그라든 이유는 고금리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 269만 8922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139만 9422건으로 전체 임대차 계약의 51.9%를 차지했다. 전세 비중은 48.1%(129만 9500건)에 그쳤다. 연간 단위로 전세 비중이 절반을 밑돈 것은 법원이 확정일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망 이후 잇따르고 있는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점도 전세수요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부동산시장 침체 속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가성비'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9~12월)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단지는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 신안인스빌 전용면적 85㎡(8층) 매물이었다. 총 63명이 응찰한 이 매물은 애초 감정가가 8억1000만원이었으나 두 차례 유찰된 후 5억8900만원(매각가율 72.7%)에 낙찰됐다. 


이 단지의 같은 평형 호가는 최저 6억9800만원(1층), 최고 8억7000만원에 형성돼있다. 최저 호가 대비 1억원 넘게 낮은 금액으로 나오자 63명이 몰려든 것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경매가 진행된 수도권 아파트 1965건의 평균 응찰자 수(6.8명)의 9배 넘는 수치다. 


56명이 응찰한 경기 부천시 상동 진달래마을 85㎡(4층) 역시 두 번 유찰 후 감정가의 68.1%에 해당하는 5억5500여만원에 낙찰됐다. 4분기 응찰자 수가 가장 많았던 매물 20개에 평균 43명이 몰렸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평균 두 차례씩 유찰됐다는 점이다. 응찰자수 상위 20개 매물은 평균 매각가율은 77.25%였다.


이 선임연구원은 "감정가 책정이 오래된 매물은 현재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감정가 자체가 다른 매물과 비교해 애초에 낮게 책정돼 시세보다 가격이 낮은 편"이라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매물에는 저가 매수를 노리는 응찰자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두 번 정도 유찰돼 가격이 애초 감정가보다 훨씬 저렴해진 매물 가운데 교통 호재나 좋은 입지, 실거주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단지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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