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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28] 故 신정옥 교수를 추모하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1-23 07:13:07
  • 수정 2023-02-15 08: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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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셰익스피어 희곡 작품 37권을 번역해서 펴낸 신정옥(申定玉) 명지대 명예교수가 2022년 8월 19일 오전 2시6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신정옥(申定玉 1932~2022)교수는 함경남도 정평 출생으로 명지대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 명예교수였다. 경북대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신 교수는 수많은 번역 작품을 남기고 있는데 영미문학 작품, 그 가운데서도 영미희곡 작품을 끊임없이 우리말로 번역한 공로로 1976년 실험극장 에쿠우스 장기공연 공로상, 1980년 한국일보 제16회 한국 연극 영화 텔레비전 예술 특별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100호 기념 최다 집필상, 1985년 한국연극협회 한국 연극 공로상, 1994년 명지대학교 제1회 학술상, 1996년 한국예술연구원 동랑 유치진 연극상, 1998년 한국연극예술 본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무대의 전설', '한국신극과 서양연극', '셰익스피어 한국에 오다 - 셰익스피어의 한국 수용과정 연구', '한국에서의 서양연극 - 1900년~1995년'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현대영미희곡', '에쿠우스', '셰익스피어전집' 등이 있다. 연구논문으로는 '채호프의 한국수용에 관한 연구', '한국연극' 외 40편이 있다. 신정옥 교수는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차현석 대표와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를 만들어 내게 심사위원장을 하도록 배려하고,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과 서거 450주년 기간 중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150여개 작품 중 최우수작과 우수작을 선정해 상을 주고 특별상을 주기도 했다.


과거 영미희곡이나 구주대륙의 희곡을 일본어판을 참고해 번역한 1세대 번역가들과는 달리,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직접 번역한 영문학자이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유리동물원', 유진 오닐의 '느릅나무 밑의 욕망'도 번역했다. 최근까지 영미희곡과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번역 완간하는 등 한국연극계의 이바지한 공로가 지대하다. 현재 경향의 각 극단에서 신정옥 교수의 번역본으로 공연되는 영미희곡작품이 계속 공연되고 있다.


신정옥 교수가 셰익스피어에 심취한 것은 이대 대학원에 다니던 1957년 '한여름밤의 꿈'을 처음 번역하면서부터. 그는 1989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인간에게 따뜻한 사랑의 시선을 던지는 진실성이 저를 사로잡았던 겁니다' 라고 말했다. 석사 논문은 '셰익스피어의 사랑의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썼다.


신정옥 교수의 번역은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문체를 살려서 무대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었다. 스스로 언론 인터뷰에서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훌륭하게 번역하려면 그리스 여신 알테미스보다 한 개가 더 많은 네 개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 비평가적 얼굴, 언어학자적 얼굴, 연출가적 얼굴, 시인적 얼굴 등, 다시 말해 비판의식과 어휘의 풍부함과 무대지식과 시인적 감각을 가리킵니다' 라고 말했울 정도. 한국의 셰익스피어 번역 과정을 연구해서 '셰익스피어 한국에 오다 - 셰익스피어의 한국 수용과정 연구'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한국신극과 셰익스피어 수용사'라는 역저를 남겼다.


신 정옥 교수는 일산 호수공원 부근 빌라에 거주하셨다. 번역한 영미희곡의 대사가 연극에 적절한지를 봐 달라고 내게 부탁하셔서 가끔 일산 빌라에 들려 수정을 해 드리고, 사부님이신 이원태 회장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 식사도 여러차례 했다. 그런데 사부님이 지병으로 별세하시자 그 이듬해부터 신 교수의 몸도 불편해 지셔서 용문산 입구 한 요양원에 2년 가까이 입원하셨기에, 유민영 교수, 전세권 연출, 장석은 동서화랑 대표와 몇차례 병문안을 해 완쾌하시기를 기원했는데 그만 2022년 8월 19일 별세하셨다.


남편 이원태 전 동부건설 대표는 2017년 별세하셨고,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장남 이순철 전 홍익대 교수도 2004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차남 이윤철 ㈜옥수에너지 대표와 손녀 이지영·이지원·이지수씨, 손자 이형준 ㈜에이엘미디어랩 대표 등이 있다.


존경하는 신정옥 교수의 명복을 빌며, 이제 그만 번역과 집필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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