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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26] 주 아크 컴퍼니-바스트 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이순재 연출 '갈매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3-01-08 20:23:56
  • 수정 2023-02-15 08: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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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주 아크 컴퍼니와 바스트 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안톤체홉 작 이순재 연출의 갈매기를 관람했다.


안톤 체홉(러시아어 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영어 Anton Pavlovich Chekhov,문화1860~ 1904)은 의사, 소설가, 극작가다.


체호프는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다.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이기도 했다.


1887년에 쓰여진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희곡 <프라토노프>와 <숲의 정(精)> 실패는 체호프의 극작을 한때 멈추게 했으나, 이 무렵에 쓰인 단막극 <곰>(1888)이나 <결혼신청>(1889) 등은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다.


체호프의 본격적인 극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 및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근대극 가운데 걸작이며 새로운 형태의 회화극(會話劇)을 확립했다.


<갈매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초연 때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으나 2년 후에 다시 새로 설립된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다루었을 때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희극으로서 쓰여진 이 작품을 오히려 비극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진정으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고 체호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 체호프의 작품은 모두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상연하게 됐다.


<바냐 아저씨>는 앞서의 <숲의 정>을 다시 쓴 것으로서 그 톨스토이즘이나 멜로드라마의 성격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세 자매>는 초연 후 전집에 수록되자 다시 고쳐쓴 바 있다.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은 체호프가 44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바로 그해 그의 생일에 초연의 막이 올랐다.


이순재(1934~) 선생은 현 시점 현역 최고령 연예인이자 배우이며 한국 방송 역사의 산증인 중 한 사람으로 동시대 많은 배우들의 롤모델이자 멘토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배우다. 1956년 서울대학교 철학과 재학시절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 이후 젊은 시절부터 지성적인 이미지와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영화, 연극, 브라운관을 오가며 60년 넘게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완벽한 자기 관리와 지치지 않는 열정,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열린 마인드로 젊은 세대에게도 진정한 어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보여준 여러 모습들이 계기가 된 것 같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존경이 담긴 미담이 많기로 유명하다. 특히 모음 체계 상 장단음 구분과 10모음 체계를 가진 옛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명배우이며 후배이자 또 한명의 대배우인 박근형과 함께 창조적 연기론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90세에 가까운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뛰어난 암기력, 정확한 한국어 구사에서 나오는 확실한 대사 전달력, 허스키 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시원한 발성은 대배우 이순재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장점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아흔 근접한 고령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2021년에는 연극 셰익스피어의 대작 <리어왕>에서 최고령 리어왕역을 맡아 3시간이 넘는 장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22년에는 체홉의 대표작인 대작 연극 <갈매기>의 연출을 맡아 연극 연출가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진정한 어른이 별로 없는 현 시기에서 대중문화예술계에 몇 남지 않은 사표(師表)로서 평가 받으며 올곧게 배우라는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60년이 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발전 공로를 국가로부터 인정 받아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문화훈장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무대는 배경에 호수와 그를 둘러싼 숲 그리고 별장 같은 건물의 영상이 고목과 자작나무들과 함께 펼쳐지고, 밀려오는 물결, 구름낀 하늘이 호수의 다른 장면과 함께 130분 동안 영화처럼 펼쳐진다. 무대 좌우 벽 가까이에도 자작나무가 둘러서 바람결에 잎이 계속 흔들린다. 도입에는 호수 앞에 가설무대를 만들고, 흰 천으로 막을 만들어 달았다. 무대 좌우에 씨멘트 느낌의 높은 화단을 두개씩 배치하고 화단을 연결시킨 2중으로 된 나무 판에 앉을 수 있도록 했고, 벤치와 의자를 배치해 출연진이 앉거나 눕도록 했다. 장면이 바뀌면 건물 내부가 되고 상수쪽에 집 내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하수쪽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배경 쪽에 달린 여러개의 창을 통해 호수가 바라보이고, 실내에는 장과 탁자 그리고 의자와 안락의자를 배치해 사용하고, 마지막은 무대 하수쪽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꼬스챠의 집필장소로 연출된다. 환자이동용 의자가 사용되고 죽은 갈매기와 박제된 갈매기 그리고 권총이 소품으로 등장한다.


연극은 원작대로 펼쳐진다. 꼬스챠는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공연하기에 앞서 니나에게 키스를 퍼붓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꼬스챠의 어머니 아르까지나는 아들의 공연을 가볍게 여기고 처신한다, 이 때문에 화가 난 꼬스챠는 공연을 중단하고, 막을 닫아버리고,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니나는 명성 있는 작가 뜨리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뜨리고린이 인사로 좋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니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관리인의 딸 마샤는 닥터 도른에게 자신이 꼬스챠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까지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과 닥터 도른은 언제나처럼 논쟁을 벌인다. 아르까지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주택관리인 사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꼬스챠를 반기지만,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한 꼬스챠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난다. 뜨리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은연중에 마음이 밀착되는 정황을 보인다. 사므라예프의 부인 뽈리나는 닥터 도른에게 좋아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간다. 닥터 도른은 자신은 55세라며 늙은 나이임을 애써 강조를 하지만, 뽈리나에게는 도른의 소리가 더욱 다정하게만 들릴 뿐이다.


이런 경황 중에 꼬스챠는 자신이 사랑하는 니나가 작가 뜨리고린에게 보이는 열정을 감지하고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에 따른 증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기도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술에 취해 작가 뜨리고린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사랑을 하지는 않지만 메드베젠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까지나는 아들 머리의 붕대를 갈아주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공연관계나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틀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출발한 다. 그러다가 뜨리고린은 잠시 되돌아 와 니나와 상면한다. 장차 배우가 되려는 니나가 뜨리고린에게 보이는 기대와 열정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2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된다. 그 사이 꼬스챠는 소설가가 된다. 꼬스챠의 설명으로 니나가 뜨리고린의 사생아를 낳고, 아이는 죽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결국 뜨리고린은 니나와 헤어져, 옛 애인인 아르까지나와 재결합하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 온 상태다. 관리인의 딸 마샤와 메드베젠꼬는 결혼했지만 두 사람사이에 사랑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닥터 도른의 종용으로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노년의 쏘린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을 비롯해 사람들이 거실에서 카드놀이를 하다가 내실로 이동을 한다. 그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 집필을 하던 꼬스챠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초라한 모습의 니나와 상면한다. 하지만 꼬스챠는 니나를 반기고 사랑하고 있다


는 심정을 몸과 마음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니나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라, 니나 자신은 여전히 뜨리고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꼬스챠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니나는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꼬스챠를 떠나간다. 니나가 떠나자마자 꼬스챠는 탁자서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니나가 나간 출구로 향한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 그리고 카드놀이 참가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해 판을 벌일 때 총성이 울린다. 닥터 도른이 약품이 폭발한 듯싶다며 출구 쪽으로 간다. 잠시 후 도른이 나와 역시 약병 폭발소리였다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뜨리고린을 손짓해 부른다. 닥터 도른은 뜨리고린에게 어서 아르까지나와 함께 이 고장을 떠나라며, 꼬스챠가 자살한 것을 뜨리고린에게만 알린다.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 속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아르까지나 역으로 이항나와 소유진, 뜨레블례프로 정동화와 권화운, 니나로 진지희와 김서안, 뜨리고린으로 오만석과 권해성, 쏘린으로 이순재와 주호성, 도른으로 김수로와 이윤건, 사므라예프로 강성진과 이계구, 뽈리나로 이경실과 고수희, 마샤로 신도현과 김나영, 메드베젠꼬로 전대현과 김아론, 야코프로 백경준과 최형준, 요리사로 이유경과 배혜수 등이 더블 캐스팅 되어 날자별로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감정설정은 물론 열정적인 호연으로 관객을 130분동안 완전한 감상에 빠지도록 만들어 공연에 몰입시키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김민경 강건택, 조연출 정범철 최소현, 제작감독 김유신, 제작조감독 심은혜, 무대디자인 정숙향, 조명디자인 박원광, 영상디자인 이수경, 음향디자인 김주한, 의상디자인 김미정, 소품디자인 이소정, 분장 장혜진, 무대감독 진정민, 무대조감독 조민진 조은진, 컴퍼니 팀장 강인수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하나가 되어, 주 아크 컴퍼니와 바스트 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안톤 체홉 작 이순재 연출의 갈매기를 새 시대 공연감각과 새로운 표현방법이 어우러진 한편의 향기롭고 아름다운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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