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강진에 있는 영랑 생가
  • 박광준
  • 등록 2023-01-05 00:43:57
  • 수정 2023-09-03 03:07:08

기사수정


[박광준 기자] 영랑 생가는 집주인이 여러 번 갈리면서 원래의 모습이 조금 바뀌었으나 1985년 강진군에서 사들여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동백나무 몇 그루가 집안으로 쏟아져 내릴 듯 둘러선 그의 생가에는 복원된 초가 안채와 마루 가장자리에 나지막한 난간을 두른 사랑채가 있고 그 사이에 좀 너무 튼튼한 시비가 하나, 그리고 사랑채 앞에 자연석으로 만든 화단과 연못이 있다. 초여름이 되면 그를 상기시키듯 시비 주변과 마당 구석에서 모란도 피어난다. 이 집은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영랑 김윤식은 1903년 1월 16일, 이곳에서 대지주 집의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강진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17년에 서울 휘문의숙에 들어갔는데 당시 휘문의숙에는 그의 선배로 홍사용.안석주.박종화가 있었고 또 후배로는 정지용.이태준 등이 있었다. 3학년 때 3.1 운동이 일어나자 영랑은 고향으로 내려와 강진 장날에 만세운동을 일으키려다 발각돼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 동안 복역했다. 1920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아오야마(靑山) 학원 중학부에 다니면서 용아 박용철 시인과 사귀었다. 1921년에 잠시 귀국했다가 1922년에 다시 일본으로 가서 아오야마 학원 영문과에 들어갔으나 관동대지진이 나자 그만두고 귀국했다.



1930년에 박용철.정지용.이하윤.정인보.변형윤 등과 '시문학' 지를 창간하고 그 지면에 '모란이 피기까지는'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등 시를 발표하면서 영랑은 본격적인 시작 활동에 들어갔고 여러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다. 1935년에 '영랑시집'이 나왔다. 그후에도 시편들을 내놓았으나 영랑의 시 세계는 주로 1930년대의 작품들로 대변된다.


광복 후에는 강진에서 대한청년회 단장을 맡는 등 우익 운동을 주도했고 1948년에는 제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하는 등, 강진의 자연처럼 따사로운 시를 통해서만 그를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로 느껴지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48년에 서울로 이사했고 이듬해에는 이승만 정권 밑에서 공보처 출판국장으로 일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서울에 숨어 있었는데 9·28 수복 때 포탄 파편을 맞고 이튿날 돌아갔다. 그의 나이 47세였다.



장흥 방면에서 오는 강진읍 초입 삼거리에는 영랑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 받침대에는 그의 대표작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


‘북도에 소월이라면 남도에 영랑’이라는 말도 있듯이 영랑은 우리나라 순수시, 서정시의 대표적 시인으로 꼽힌다. 193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순수’시의 대표주자였다는 말은 물론 ‘순수’한 찬사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매끄러운 운율과 세련된 시어로써 개척한 시 세계가 독보적이라는 점은 인정해야 될 것이다.



영랑이 태어난 집 마루에 슬쩍 걸터앉아, 그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그의 시 한 편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영랑은 우리 음악과 서양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고 뛰어난 고수이기도 했다고 한다.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도쳐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한편, 영랑시집은 1935년 II월에 출간된 김윤식(金允植)의 첫시집. B6판. 74면. 저작 겸 발행인은 박용철(朴龍喆)이며 시문학사(詩文學社)에서 발행했다. 총 53편의 시가 실려 있고, 처음 발표됐을 때의 제목을 버리고 일련번호를 붙인 것이 특색이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1930년부터 1935년 11월 시집이 나올 때까지 쓰여졌던 것으로 이들 작품의 게재지로서는 '시문학(詩文學)' '문학(文學)' 등을 들 수 있다.



53편 가운데 문예지에 실리지 않고 바로 이 시집에 발표친 작품은 '뉘 눈길에 쏘이엿소' '바람이 부는 대로' '눈물에 실려 가면' 등 18편인데, 이 제목들은 1948년의 '영랑시선(永郎詩選)' 이후 붙여진 것이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의 특징은 유미주의와의 접맥, 섬세하고 순수한 감각을 지닌다는 점, 그리고 서정주의의 극치를 보인다고 하는 박용철의 당대 평가에서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또한 이 시집의 시편들에는 사상이나 이념보다도 시의 예술성, 즉 아름다움 위에 싸여지는 시의 질서에 무게를 두는 시문학파적 창작의도가 농축돼 있는데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집에서 보여준 김영랑 시의 특징은, 첫째 주로 구제적이고 직감적인 우리말로 쓰여졌다는 점, 둘째 대체로 4행을 한 연으로 하는 형태의식에 의해 시가 고르게 쓰여졌다는 점, 셋째 미적(美的) 질서를 통하여 개인적 서정과 자아의 내면을 지향하는 '안으로-닫힘'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다./사진-윤정숙 기자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한국의 전통사찰더보기
 박정기의 공연산책더보기
 조선왕릉 이어보기더보기
 한국의 서원더보기
 전시더보기
 한국의 향교더보기
 궁궐이야기더보기
 문화재단소식더보기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