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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지나온 우리들의 이야기, 다양한 모습을 들려준다
  • 이래하 칼럼니스스트
  • 등록 2022-11-03 19:16:33
  • 수정 2022-11-09 09: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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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한국 작곡가그룹 시리즈Ⅰ-음악과영상 창작집단NOW를 만나다

음악감독 이화여자대학교 배종선 교수

[이래하 칼럼니스트] 두껍든 얇든 음악사 책을 뒤적이다 보면 무슨 사조니, 무슨 악파니 하는 말들을 많이 접한다. 음악에 대한 생각이 비슷하고 활동이 겹치다 보면, 크든 작든 영향을 받고 이런저런 모임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음악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연주자들은 앙상블를 통해, 그리고 작곡가들은 동인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이로써 우리의 음악 예술이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음악앙상블‘소리’는 한국의 작곡가 동인들을 살펴보자. 그 첫 시간은 ‘음악과영상창작집단NOW’와 함께한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유럽과 미국에서 견문을 넓힌 그들은,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삶의 모습, 그리고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 등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들 속에서 예술가가 느낀 민감한 떨림을 이번 연주회에서 들려줄 것이다.


현대음악앙상블 '소리'현대음악앙상블 ‘소리’는 2001년 11월 12일 故박창원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첫 연주회를 개최한 한국 최초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고문:작곡가 나인용)로, 현재 첼리스트 이숙정(현 대표)을 비롯한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리’는 신인부터 원로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의 여러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뛰어난 현대음악 작품을 아시아 혹은 한국 초연하는 등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영화음악, 어린이 음악, 재즈, 탱고 등도 우리시대의 음악으로 다루면서 접근성 높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매년 정기연주회와 기획음악회, 초청음악회 등 다양한 국내 무대에서 현대음악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고, 10년간 Trilogy시리즈와 3년에 걸친 음악극 프로젝트 ‘연화가(演話歌)’를 개최했고, 유럽의 여러 음악제에도 참가하면서 세계적인 현대음악 앙상블로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홍승기 교수첫 번째 곡으로는 숙명여자대학교 작곡과 교수, 홍승기의 휘몰아치는 듯한 볼텍스 작품이 시도될 수 있는 모든 소리의 형태로 연주된다.(Vortex ll” for string quartet현악사중주를 위한‘소용돌이ll’)



Vortex I에 의한 연작으로 소용돌이의 음형적 묘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작은 글리산도의 음형이 커다란 글리산도의 음향으로 변해 발전해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고 그 과정 속에 피치카토, 하모닉스와 술 폰티첼로 등 다양한 음색주법과 정확한 음정으로 나타나는 조성적 윤곽이 삽입돼 있다. 글리산도와 동시에 나타나는 트릴, 몰토 비브라토, 다이내믹과 음역 및 속도의 변화로 다양한 형태의 소용돌이를 묘사한다.


청주교육대학 음악교육과 교수, 김수혜 작곡가이어, 청주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이자 작곡가 김수혜의 피아노5중주곡은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정서를 지휘자의 해석으로 재 창조되어 표현된다.(Piano Quintette No.1 ‘피아노 오중주1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담담히 견뎌내는 일상들을 피아노 오중주의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통해 담아냈다. 이전의 시대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는,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예측되지 않는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들을 통과하는 우리네 인생들을 위해 이 작품을 바친다.


김지영 작곡가 리옹 전자음악협회 근무하고,현재 가천대 출강중인 김지영 작곡가는 시리즈 작품 중 한곡을 선보인다.(‘태초에Ⅳ’ for 2 flutes, oboe, 2 clarinets, bassoon)


‘태초에IV’는 천지창조 시리즈4번째 작품으로 무(無)였던 세상이 수일안에 동시다발적이면서 창조자의 질서를 지켜가면서 채워져 나가는 경이롭고 스펙타클 했을 그때의 순간들을 상하며 6대의 목관악기 소리에 담아냈다.



꽃자리/꽃자리 낭독


시인은 ‘꽃자리’에서 “우리는 저마다 스스호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고 노래합니다.


이 곡은 3대의 현악기와 3대의 목관악기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켜 연주됩니다. 하지만 각각의 자리마다 침범할 수 없는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리를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서로의 자리를 채워줍니다.


팬데믹 시대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마음 다스리기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지금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고 생각하며 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이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고 울려지길 바라며...


음악과영상창작집단NOW대표 김동수 작곡가음악과영상창작집단NOW대표 김동수 작곡가는 시간 예술인 음악의 소리로 남을 수 있는 메시지를 지휘자의 예리한 감성으로 나타내 보인다.(8개의 현악기를 위한 ‘흔적’)


시간의 자취를 따라 이제는 사라진,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을 생각해보면서 구상했다. 모래에 그려진 바람의 흔적과, 오래된 골목길에 배인 낡은 소리들을 떠올리면서 각 악기들이 나타내는 색깔들이 모이고 흩어짐에 따라 만들어지고 남겨지는 물결 같은 흔적을 표현했다. 


김주형 작곡가 또한 가천대 작곡과 겸임교수 역임을 한 김주형 작곡가는 잡힐 듯 말 듯 한 이미지와 변화하는 현상들을 청각적 흐름으로 보여준다.(산과 구름이 있는 풍경(Paysage avec montagnes et nuages))


층운이 드리워진 중첩된 산의 관념적 이미지를 소리로 표현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모양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산의 이미지는 악기의 음색과 음역의 대비와 조합, 화음집합 구성음들의 개수로 다양한 텍스쳐를 형성해 빠른 움직임과 느린 움직임의 템포의 변화와 어우러져 나타난다.



플룻,클라리넷,마림바를 위한“비의”/(悲意)∣낭독비의


병상에 누워 있는 친구를 위해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 그림을 선물한 화가 이중섭의 말을 시처럼 운율을 따라 되뇌이다 보면 다른 한분의 음성과 한데 어울려 온다는 구상 시인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Santus Dominus’가 떠올랐다. 거룩한 성령의 빛으로 다가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강동규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출강중인 작곡가 강동규는 현대음악 연주기법으로 미세한 차이를 들려주다가 어떤 사건에 의해 깨어나듯 마무리짓는 엔딩은 현실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듯 하다.(챔버오케스트라를 위한 ‘Terminus Abrupt (갑작스러운 종점)’)


오케스트라가 처음 조율할 때를 음악의 시작으로 해 음을 조금씩 바꾸면서 부분적인 화음과 음향을 전개시켜 서주를 연주한다. 서서히 출발해 발동이 걸리는 열차의 모습을 그렸다.


첫번째 부분에서 음렬의 주제가 등장하고 다른 악기가 이를 받쳐주거나 동행해 점점 구성을 완성해 나간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관악기의 미분음과 다중음주법, 현악기의 특수주법들을 통해 점묘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중간중간 정차하는 역을 지나 다시 반복되는 풍경을 그리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마친다.



‘Passion’ pour Clarinette et Cordes et Piano (2022)세계초연/낭독소의 말


화가 이중섭은 소와 아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자주 그렸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황소’와 ‘흰 소’는 그의 말년을 대표한다. 이 작품들을 보면 소의 모습이지만 사람의 형상을 나타내고 있음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은 아르카디아의 단정하고 말끔한 아이가 아니라 지금 현실 속에서 힘겹게 살고있는 인간처럼 보입니다.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구상 시인-


나는 이 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을 살아내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고난에 찌듬, 외로움이나 슬픔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열정입니다. 열정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일 수도 가족이나 다른 대상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달 3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공연된다.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기획연주회TRILOGYⅩ에 이어 오는 12월 15일 오후7시30분 일신홀 Project 3.전현석 ‘공간 음악의 어제와 오늘’이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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