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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상흔 이겨낸 콩고 난민 "태권도로 평화와 희망 얻어"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04-26 1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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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엔난민기구 제공

[이승준 기자] "타국의 난민캠프에서 처음 태권도를 배우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결속력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평생 처음으로 태권도 종주국에 왔으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민주콩고공화국 출신으로 케냐에서 난민 인정자로 사는 가스토 은사주무키자(30) 씨는 최근 케냐 태권도 대표팀과 함께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5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이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대회를 치른 것은 처음이라 많이 긴장됐다"면서도, "함께 출전한 한국 선수들과 관중들이 큰 성원을 보내줘서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고 말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하고 고양시와 대한태권도협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63개국에서 선수 760명, 임원 224명이 참가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2007년 인천 대회 이후 15년 만이다.


케냐 대표팀은 은사주무키자 씨를 포함해 18명이 출전했다.


애초 더 많은 선수가 선발됐으나, 코로나19 탓에 상당수가 한국을 찾지 못했다.


은사주무키자 씨가 처음 태권도를 접한 것은 10년 전인 2012년 케냐 카쿠마에 마련된 한 난민 캠프에서였다.


그는 "당시 난민캠프에 있던 청소년 중 상당수가 태권도를 배울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면서, "발차기나 정권 지르기, 품새 등 기초 동작을 배우는 일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큰 즐거움이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태권도를 통해 얻은 중요한 점은 따로 있었다고 강조했다.


10살이던 2003년 모국인 민주 콩고에서 발생한 내전을 피해 부룬디와 르완다, 우간다, 케냐 등 20년 가까이 연고 없이 떠돌던 그가 처음으로 결속력과 안도감 등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과 같은 도복을 입고, 같은 동작을 배우면서 '내가 이 집단에 속해 있구나'라는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부룬디에서 우간다 국경을 넘을 때는 한 달 넘게 홀로 걷기도 했었죠. 안전한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던 것은 태권도 덕분입니다." 이 같은 감정은 이번 대회에서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그는 "대회장에서 만난 모든 한국인이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다"면서, "내 경기가 진행될 때는 모두가 뜨거운 응원을 보내줬고, 단체 사진도 함께 찍었다"고 전했다.


이어 "종주국인 만큼 관객들의 안목도 높을 거로 생각해 더 열심히 연습했다"면서, "긴장을 많이 해 입상하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 앞에 섰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고 웃었다.


10년 가까이 도복을 입으면서 그에게도 꿈이 하나씩 생겼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감정을 교류했고, 평화와 희망, 행복을 얻었다"는 그는 "이제까지 받았던 모든 것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시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냐 아동을 위한 스포츠 아카데미를 차리고 싶다"면서, "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꾸려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을 위한 꿈은 없냐"고 묻자 그는 "딱 하나 있다"고 답했다.


그는 "2024 파리하계올림픽에 난민팀 일원으로 선발돼서 태권도 종목에 나서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정말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이같이 다채로운 꿈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면서,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준, 저와 똑같은 도복을 입은 모든 이에게 감사드립니다."면서 거듭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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