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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차기정부,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생각한다
  • ​박민식/복지국가소사이어티 경제산업위원장
  • 등록 2022-03-07 19: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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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서 수출 1조달러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12일 이재명 대선 후보는 미래산업 대전환 공약으로 '빅(Big)10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과연 공약(空約)이 될까? 실현 가능한 약속이 될까? 어느 정권이든지 정책의 실현은 정권의 연속성과 정부 부처의 흔들림없는 정책 실행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미래 한국을 위한 정책의 설계와 실행은 어느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권에 따라 정책은 수없은 변경과 중단을 우리는 이미 경험해왔다.


# 대전환이 아닌 확장


이재명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에너지 대전환의 그루터기를 만들어 산업 대전환의 환경과 여건부터 단단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대전환 7대 공약으로는 △디지털 전환으로 주력 제조업 혁신 △재생에너지 확충과 탄소중립 산업 전환 촉진 △빅10 산업 프로젝트 추진 △공급망 자립화와 다변화로 경제안보와 산업주권 실현 △'소부장 3.0 프로젝트' △맞춤형 혁신인재 양성 △임기 내 수출 1조달러 달성 등이다. 특히 “수출 1조달러 시대” 달성을 위해서 기존 “메모리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와 같은 수출 주력 품목을 넘어 바이오헬스, 차세대 모빌리티 같은 미래산업 품목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까지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겠다”고 했다.


산업정책의 관점에서 이는 대전환이라기 보다는 문재인 정부 산업정책의 확장이고 보는 게 맞다.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위한 수출 전환 품목으로서의 '바이오헬스, 차세대 모빌리티 같은 미래산업 품목, 농축수산물까지의 수출 품목을 다양화'는 별개의 개별화된 산업 품목이 아니다. 이는 라이프 사이클에 따른 통합적 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IT인프라 위에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이러한 서비스를 위한 창의적이고 첨단적인 기술이 필요하듯,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 인프라가 바로 스마트도시이다. 스마트도시는 인프라인 동시에 서비스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찍부터 스마트도시를 하나의 상품화하여 도시를 수출한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물론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추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되어 스마트도시 수출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만 있다면 '수출 1조원 시대'의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4차산업혁명 대응전략의 핵심 과제로서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도시 구성의 핵심요소인 건물·에너지, 물·전력, 교통·안전 등 각 요소를 초연결(통신, IoT)시키고, 도시 관리를 지능화(빅데이터, AI)시킨다. 이를 위해 도시 구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기 위한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도시 유형에 따라 적합한 실증도시를 구현하고 추진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중 하나로서 스마트 시티 사업에 2025년까지 10조를 투자하여 일자리 15만개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워왔다.


2025년까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는 8200억달러(약 985조원)로 추정한다. 5년 이내에 약 1천조에 해당하는 규모로 만들어지는 시장은 거의 없다. 스마트시티 수출은 과거의 토목 건설의 개념과 다르다. 토목, 건설은 인프라의 역할을 한다. 물론 첨단 IT 기술 또한 인프라 구축의 축이 된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는 수출은 도시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모든 생활과 관련한 서비스도 포함한다. 이는 과거 대기업이 주도하고 중견, 중소기업은 하청을 받아 수출 현장의 역할을 한 과거의 모델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도 수출의 한 품목을 차지한다. 이를 대기업이 주도할 이유가 없다. 중소기업이 충분한 서비스 수준에서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스마트시티의 수출은 하나의 도시를 수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정부만의 주도로는 서비스 사업의 운영과 관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민간의 주도로는 통합형 사업으로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과 관의 협력에 의한 도시 수출의 모델은 한국의 미래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 대기업 주도 성장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는 산업생태계에 새로운 대안적 생태계 모형을 제시할 수 있다.


# 문재인 정부의 가려진 능력


문재인 정부는 2018년 6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이하 KIND)를 설립했다. 기존 KOTRA의 단순 정보제공, 교육, 박람회 개최 등의 단면적 역할을 넘어서 공격적인 해외시장개발과 투자를 지원하는 공기업이다. 과거와 같이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이 아니라 PPP(Public-Private-Partnership) 모델로 사업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다. 개발한다는 의미는 시장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자 고속도로 건설 방식과 유사하다. 민간의 자본을 끌어와 민간의 자본과 민간의 창의성을 가지고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고, 20년~30년간 운영을 하며 통행료를 통해 투자금액과 수익을 보전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에 의한 시장은 신남방지역 등 새롭게 성장하는 국가에 매우 적합한 모델이다. 적용가능한 서비스 영역은 도시의 생활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 가능하다. KIND는 이러한 PPP 민관협력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공기업으로 문재인 정부에 의해 시작되었다.


KIND는 설립 후 3년 6개월만에 10개 국가에서 15개 프로젝트를 수행해 2억8천만불(3,400억원) 수주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투자규모일 뿐이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설계, 건설, 시공의 단계까지 포함하면 4조원 규모에 이른다. 더 나아가 생활형 서비스분야까지 확장하게 되면 지속적인 수익모델이 가능하다. 이러한 모델에 중소기업이 처음부터 참여하게 하면 산업생태계는 대전환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KIND는 폴란드의 폴리머리 폴리체 플랜트 사업을 2019년도에 수주했다. 폴리프로필렌이라는 값이 싼 고분자 화학물로 자동차 부품 및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힌 플라스틱 종류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의 건설이다. 이 사업도 폴란드의 발주에 의한 것이 아닌, KIND가 발굴을 하고 사업의 타당성도 KIND가 검토를 한다. 그리고 폴란드 정부와 협상한 후 국내의 자금을 가지고 투자하여 내년에 준공이 될 예정이다. 이후 20년간 연간 40만 톤씩 폴리프로필렌을 생산 및 판매를 하고 이를 통해 투자와 수익을 가져온다. 이는 결코 민간이 수행할 수 없다. 대 정부간의 협약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발하고 운영의 주체는 민간이 수행하게 한다.


사실 모델의 시작은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 부산 U-City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필자가 부산시에 처음 제시했던 모델이다. 관주도의 발주와 민간의 수주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민관협력 모델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은 법률적 지원과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민은 투자와 운영을 20-30년간 수행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 관은 관의 정보데이타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현재 공공데이타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공공데이타와 민간데이터를 통합하여 활용하는 플랫폼과 전자정보고속도로의 인프라를 구축한다. 인프라구축 및 서비스 개발을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업체가 수행하게 함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중소기업활성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모델을 확장하여 지금의 스마트도시를 통합된 하나의 상품으로 도시수출을 한다면, 우리 미래 산업의 효자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다. 

 

# 누가 미래 산업을 이끌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가?


1월28일 윤석열 후보도 산업 부문 공약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비전'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 △5G·6G·마이데이터·민간 클라우드 등 고도화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반도체 모빌리티 등 디지털 융합산업 지원 △사이버 안전망 구축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의 6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디지털 경제비전을 담당한 국민의힘 ICT 분야 전문그룹인 이영 의원은 6대 실천과제를 소개하며 "SW 제값주기 논쟁, 갑과 을의 문화 등 갈 길이 멀지만, 차기 정부에선 이런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전 의원(선대본부 ICT코리아추진본부 본부장)은 “차기정부 5년은 한국경제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시기로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시간'이 중요한 자원”이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ICT혁신에서 시간을 놓치지 않고 미리 대처하는 '퓨처 레디니스(Future Readiness, 미래대응성)' 국정 거버넌스 확립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마무리 발언을 통해 “ICT·벤처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충분히 보장하고, 투자와 인재양성으로 성장 인프라를 튼튼히 하겠다. 디지털 강국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을 꼼꼼히 검토하고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에게는 미래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행모델을 수행하고 리딩해나 갈 수 있는 통찰력을 읽기도 어렵다. 이재명 후보의 ‘수출 1조원 시대’를 이루겠다는 목표와 구체적 세부실행 전략이 보이는 공약에 비해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 등의 공약은 조금은 진부한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하여 문재인 정부의 실적과 능력이 가리워진 부분은 있으나, 현 정부가 미래 한국의 산업지형을 위해 만들어온 통찰력있는 산업정책과 추진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더불어 이러한 정책이 멈춤없이 실행되어 갈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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