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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04]극단 실험극장, 이어령 작 허규 연출 ‘무익조’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2-03-03 07:43:30
  • 수정 2023-02-15 08: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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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어령(1934~2022) 선생의 <무익조(無翼鳥)>라는 단편소설을 1960년 9월 당시 극단 실험극장 대표였던 극작가 故 김의경(1936~2016) 선생이 각색하고, 국립극장장을 지낸 故 허규(1934~2000) 선생이 연출을 담당해 당시 국립극장이던 명동극장에서 1966년 9월 13일~17일에 공연한 50여 년 전의 연극이다. 


연극 <무익조(無翼鳥)>에서는 두 주인공의 상반된 캐릭터를 소개한다, 한 사람은 목소리 우렁차고, 힘세고, 의리 있는 씩씩한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집안 형편은 좋으나 육체적으로 병약하고 또래 사이에서 비겁자로 놀림 받던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 의리 있는 그 사람은 기질대로 공군 파일럿이 되었고, 병약했던 사람은 자신의 심약함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미국으로 도피 유학을 떠난 나약한 지성인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첫 번째 사람은 공군 장교로서 훈련 비행 중 비행기가 추락하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부하 훈련병의 비명을 외면한 채 혼자 탈출하여 목숨을 구한다.


나약한 지성인은 자신과 조국 대한민국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민을 하면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목소리 크고 말끝마다 의리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조용하고 나약해 보이지만 자신을 희생할 줄 알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따뜻한 나눔의 정을 묵묵히 실천한 사람들도 있다. 진정한 용기는 저돌적이고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겸손하며 차분한 심성에서 나오는 담대함을 보여준다는 의미심장한 연극이다.


오현경, 나영세, 안은숙, 김동훈, 우소연, 최선자, 여운계, 김성원, 김순철, 박규채, 정해창 등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다. 특히 오현경과 김동훈의 연기는 성격설정에서부터 감성표현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연기로 5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연극 무익조(無翼鳥)가 기억에 남아있다. 


그해 공군장교출신으로 출연한 김동훈과 나약한 지성인으로 출연한 오현경은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것으로 기억된다.


이어령, 김의경, 허규 세 분 선배가 명작연극 <무익조(無翼鳥)>를 성공적으로 공연했던 것이, 이어령 선배의 서거를 맞아 기억에 떠올라 소개한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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