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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원각사탑은 13층...日학자 주장 '10층설'에 오류"
  • 이승준 기자
  • 등록 2022-01-11 15:03:52
  • 수정 2023-12-21 14: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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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재청 제공[이승준 기자] 서울 탑골공원에 있는 국보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10층이 아닌 13층으로 봐야 하고, 비판 없이 통용되고 있는 10층설은 한 세기 전 일본인 학자가 연구를 잘못 수행한 결과라는 주장이 나왔다.


불교사를 연구하는 남동신 서울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1일 공개한 학술지 '미술자료' 제100호에 낸 논문에서 "현재 국가가 공인하고 있는 원각사지 석탑 10층설에는 역사적으로 오류가 있어 13층설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 세조가 1467년 세운 원각사지 석탑은 높이가 12m이다.


문화재청은 이 탑에 대해 "탑신부는 10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체적인 형태나 세부 구조 등이 고려시대 경천사지 십층석탑과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언젠가 원각사탑 상층부 3개 층이 내려졌다"면서 그 이유로 연산군이 지시했다는 설,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일본으로 반출하려 했다는 설 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19세기 전반 유교 관료들은 원각사탑이 경관을 해치는 '비미'(非美.아름다움이 아님)라고 인식했지만, 서양의 이방인들은 이 탑을 한성의 유일한 볼거리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주목할 만한 사실로 서양인들이 남긴 여러 기록에 원각사지 석탑이 '13층'으로 기술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 근거는 조선인이 서양인에게 전한 말이었다.


그는 조선시대까지 13층으로 인식된 원각사지 석탑이 10층으로 바뀐 배경으로 일본 도쿄제국대학 교수를 지낸 세키노 다다시의 연구를 지목했다.


세키노는 1902년 원각사지 석탑을 포함해 한국 건축을 조사했고, 1904년 보고서를 펴냈다.


그의 보고서는 이 석탑을 "탑파(塔婆·탑)는 10층으로서 삼중 기단 위에 세워져 있기에 속칭 십삼층탑파라고 함"이라고 서술해 십층석탑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세키노가 원각사지 석탑을 형태가 유사한 경천사지 석탑과 같은 시대, 동일한 집단에 의해 제작된 탑으로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경천사지 석탑은 1348년에 세워져 제작 시기가 원각사지 석탑보다 100년 이상 이른다.


남 교수는 "세키노가 당시 원각사탑이 10층이 아니라는 문헌을 보았음에도 13층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1906년 조선에 온 아사미 린타로는 '속동문선'이라는 조선 기록에서 그동안 판독하지 못한 '대원각사비'의 '십유삼층'(十有三層)이라는 문구를 찾아내 원각사지 석탑이 13층임을 밝혀냈다.


남 교수는 "세키노가 잠시 13층설을 수용했으나, 1913년부터 '다층설'을 제기했다"면서 다층설은 13층설을 속칭으로 치부하기에는 명백한 문헌적 근거가 있어 절충안이자 미봉책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일제가 문화재를 지정하면서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 등으로 활동한 세키노의 견해를 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제강점기 지정 관련 서류를 찾아보면 '원각사지 십층석탑'과 '원각사지 다층석탑'이라는 명칭만 나온다.


남 교수는 "세키노의 모호한 절충안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종식될 때까지 정설로 통용됐다"면서, "해방 이후에는 미군 도움으로 지상에 있던 상층부 3개 층을 원위치에 올리면서 다시 13층설이 우세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정부가 국보를 지정하면서 원각사지 석탑은 다시 '10층'이 됐다.


이와 관련해 남 교수는 정부가 1959년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방치돼 있던 경천사지 석탑을 복원하는 공사에 착수하면서 이 탑을 해체하기 직전 유일하게 현지 조사를 한 세키노의 1904년 보고서가 다시 독보적 권위를 지니게 됐다고 짚었다.


1960년대 초 문화재 지정 조사에 참여한 국립박물관 학예관 김원룡이 세키노의 보고서 등에 의존했고, 그가 1904년 보고서를 토대로 두 탑의 명칭을 확정했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때 확정된 경천사탑과 원각사탑의 10층설이 60년간 정설로 자리 잡았다"면서, "원각사탑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먼저 본래의 명칭을 회복해 '13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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