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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사들의 황금제국, 금나라' 발간
  • 박광준 기자
  • 등록 2021-11-18 0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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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준 기자]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10세기에 이후 중국에 건립된 정복왕조에 대한 연구에 대한 결과로 '전사들의 황금제국, 금나라'을 발간했다.


10세기 이전 동아시아는 한족 정권을 중심으로 천하질서를 형성했다. 그러나 10세기 초 거란이 중원으로 진출함에 따라 전통의 천하질서는 와해되기 시작했다. 거란의 뒤를 이어 일어난 금나라는 황하를 넘어 후아이하(淮河) 일대에 이르러 중원을 완전히 정복했다. 정복왕조가 활약한 천 년은 동아시아에서 대변혁이 일어난 시기다.


금나라는 남송과 신속(臣屬)관계를 확정하고, 세폐를 받았다. 이는 전통적인 봉공체계(封貢體系)의 기본을 뒤흔드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이전에는 중원의 한족 왕조가 사방의 이민족 정권을 책봉하고 조공을 받았다면, 이제는 이민족 정권이 한족 황제를 책봉하고 조공을 바치는 형태로 바뀌었다. 미국의 중국학자인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는 이러한 상황을 '뒤바뀐 조공' 또는 '역조공'이라 했다.


금나라는 소흥화의 이후 남송과 신속관계를 맺고 세폐를 받았고, 중원을 정복하고, 한족의 예악문화를 수용해 정치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정통왕조의 면모를 갖췄다. 그러나 금나라는 여진족이었기 때문에 한족 왕조가 정통이라는 종족주의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


금나라 이전 북방왕조들은 정통왕조가 되기 위해 한족 왕조의 조상인 황제(黃帝)를 훔쳐오는 방법을 이용했다. 그러나 금나라의 선택은 달랐다. 금나라 통치자들은 자신의 조상은 신라계 고려인 함보라 밝히고, '이적과 화하는 바뀔 수 있다(夷夏可變)'는 논리로 종족주의 정통론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금나라는 비한족 정권도 정통이 될 수 있다는 관념의 변화를 통해 당당히 정통왕조가 됐다.


태조 아골타가 1115년 대금(大金)을 건국한 이후, 금은 1124년 서하와 신속관계를 맺고, 1125년 거란을 멸망시키고, 1126년 고려와 신속 관계를 맺고, 1127년 북송을 멸망시켰다. 금나라의 전사들이 동아시아를 통일하는 데는 단지 12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금나라 전사들은 말(馬) 등을 집으로 삼아 전장을 종횡무진했다. 태조 아골타가 영원히 녹슬지 않고 황금처럼 빛나기를 바랬던 금나라는 전사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황금제국이었다.


본서에서는 금나라의 시조, 정통관, 외교, 군사, 농경, 정치제도, 법률, 종교 정책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금나라는 대제국을 경영하기 위한 관료제 구축이나 군사력과 경제력 확보, 종교 제도의 확립, 정통성의 확보 등에서 거란보다 진일보한 면을 보여줬고 한족화를 보류하고 끝까지 자기 민족의 특징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족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여진 습속을 강요하고, 한족에 대한 가혹한 차별은 금나라가 가지고 있는 명암의 한 단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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