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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수주 호황 속 ‘인력부족’과 ‘탄소중립’ 이중고 우려
  • 우성훈 기자
  • 등록 2021-10-07 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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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商議, 조선산업 미래 준비 실태점검


[우성훈 기자]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7일 ‘제6차 미래산업포럼’을 개최하고 제2의 도약기를 맞은 국내 조선산업의 현황과 미래준비 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조선업계가 최근 수주량 급증으로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심각한 인력부족 문제가 예상되고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도 실천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만큼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포럼에는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산업협회 상근부회장,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원장 등 관련기관 및 업계 전문가 1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산업은 업종 특성상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추진이 어려운 면이 있고, 오랜 불황으로 준비할 여력도 부족했다. 그런 만큼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요구와 자율운행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구조전환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최근 급증한 수주량으로 예상되는 인력과 근로시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조선산업으로 인력유입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업계 요청이다.



첫 발제에 나선 김현정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은 국내 조선산업의 디지털전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김현정 부사장은 “조선산업은 대표적인 중후장대 산업으로 수주부터 인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밸류체인이 복잡하다는 특성이 있다”면서, “외부변화 수용에 보수적이라 디지털전환 추진이 다소 늦어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조선산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디지털전환을 비교적 빨리 시작했지만 그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었다. 딜로이트컨설팅 조사에 의하면 조선산업이 디지털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기간은 평균 3.4년으로 타 산업 평균(3.1년)에 비해 길지만, 디지털 성숙도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4.5점으로 산업 평균인 5.1에 못 미쳤다.


조선산업의 디지털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과제로 ‘데이터 활용도’ 제고가 우선 지적됐다. 김 부사장은 “조선산업은 현장에서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작업하는 공정이 많아 데이터 관리에 소홀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수주에서 설계, 건조, 시운전, 사후관리 전반에 데이터 중심 문화가 정착되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선박의 수요 증가에 따른 디지털전환도 주문했다. 김 부사장은 “미래 조선산업은 친환경․자율주행 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한층 복잡해진 기술을 정확히 구현하고 제조 효율성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는 조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이 강연했다. 


정 본부장은 “조선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선박 건조량과 비례하는 구조”라면서, “지난 수년간 불황으로 건조량이 크게 감소한 만큼 이 시기를 기준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설정되면 조선업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9월 국회는 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하면서 2018년 대비 35% 이상 줄이도록 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이에 따라 산업별 감축목표를 정해 관리하게 된다. 조선산업의 2018년 건조량 772만 CGT는 역대 최저 수준인 반면, 향후 건조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감안해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산업의 특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체 산업에서 조선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비중은 0.5%에 불과하고, 배출원도 선박 건조과정에서 필요한 전기나 시운전에 사용되는 연료유, 도장시 사용되는 페인트 등이 대부분이라 감축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정 전반의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원료 사용 확대 등을 차분히 추진하는게 중요하다는게 정 본부장의 지적이다. 


친환경 선박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정은미 본부장은 “친환경 선박 확대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인 만큼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과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 구조전환 지원과 글로벌 기술 표준 마련 등을 주문했다.


장 교수는 “향후 조선산업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시장과 기술에서 한 단계 앞선 국내 조선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장 교수는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 한국 조선산업이 글로벌 선두자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선 산업구조 전환과 미래기술 확보가 절실하다”면서, “이 부분에서의 제도 정비와 정부 지원을 강화해 줄 것”을 주장했다.


특히 장 교수는 현재 각국에서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 추진선의 경우 IMO가 정하는 표준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정부가 수소연료 추진선의 글로벌 표준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주문했다.


이후 진행된 자유토론에서는 조선업계의 의견과 건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상근부회장은 “조선업계가 미래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온실가스 배출규제도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당면한 조선산업 회복기에 원만히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원장은 “친환경.스마트라는 조선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조선 기자재업계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조선산업의 뿌리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지난 침체기 동안 체력이 많이 약해진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우리 조선산업은 지난 수년간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고, 그 결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다시 한 번 맞았다”면서, “앞으로 전개될 슈퍼사이클과 디지털․친환경으로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협력해 조선산업에서 미래 초격차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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