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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90] 제6회 여성연극제, 정다솔 각색 연출 ‘위험한 관계’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10-04 00:06:01
  • 수정 2023-02-15 0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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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극장에서 제6회 여성연극제 연출가전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 작, 정다솔 각색 연출의 <위험한 관계>를 관람했다.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Pierre Choderlos de Laclos, 1741~1803)는 프랑스의 아미앵에서 태어났다. 1760년 신흥 귀족 집안의 아들로서 군인의 길을 걷기로 하고, 라페르 왕립포병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스트라스부르, 그르노블, 브장송 등 포병대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희곡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1770년에 <마르고에게 보내는 편지 Epitre a Margot>를, 1773년에 <추억, 에글레에게 보내는 편지 Les Souvenirs, epitre a Eglee>를 발표했다.


1777년 리코보니 부인(Marie-Jeanne Riccoboni)의 소설을 각색한 오페라 코미크「에르네스틴 Ernestine」 발표하나, 이 작품은 파리의 이탈리아 극장 무대에서 단 한 번 공연한 후 막을 내렸다. 1782년에 5년에 걸친 집필 끝에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를 출간하고, 이것이 사흘 만에 초판 2천부가 모두 판매되는 기록을 세운다. 1783년 사회개혁을 통해 여성을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논문「여성의 교육에 대하여 De l'education des femmes」를 쓰기도 했다.


1788년 군대생활을 청산하고 왕가의 일원이면서 혁명정신을 지지하던 오를레앙 공의 비서관이 되어 자코뱅파 일원으로 공화정 설립에 적극 참여한다. 그러나 1793년 로베스피에르가 집권하면서 투옥되었다가 1800년 같은 포병장교 출신인 나폴레옹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다시 군에 복귀한다. 3년 뒤 이탈리아의 타란토에서 병으로 사망했다.  


정다솔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연출가다. 동작문화재단에서 연극을 지도하기도 한다. 실험극과 거리극 등을 연출하는 미녀 연출가다.



<위험한 관계> 원작의 내용을 소개하면, 악마적인 간계와 매력의 후작 부인 메르테유와 시대의 뛰어난 바람둥이 자작 발몽이 주인공이다. 자작은 후작 부인의 부추김을 받아, 지체 높은 귀족의 영애 세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며, 후작 부인은 세실이 남몰래 사모하는 당스니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또 발몽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인 투르벨 부인의 마음을 빼앗는데, 그 과정에서 발몽 역시 그녀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지만 결국엔 메르테유 부인과의 밀약과 허영으로 가득 한 승부욕으로 그녀를 죽게 한다. 


남녀의 난삽한 관계 속에서 어린 양 세실은 사건의 전말을 모른 채 절망과 슬픔을 안고 수도원에 들어간다. 발몽은 결국 기사 당스니와의 결투에서 죽음을 맞는다. 메르테유 후작부인은 그간의 추잡한 일들이 낱낱이 밝혀져(정작 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피소되고 파산한다. 결국 병까지 얻어 야반도주를 하고 만다.


이 둘 메르테유와 발몽은 원래 공통된 목적으로 손을 잡은 관계다. 과거에 메르테유는 제르쿠르 백작에게 배반당한 일이 있었다. 그녀와 연인 사이였던 백작이 어느 지방장관의 부인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곁을 떠났고, 그 부인 또한 사랑하는 제르쿠르를 위해 당시 자신의 애인이었던 발몽을 버렸던 것이다. 이때부터 발몽과 메르테유는 호시탐탐 이들에게 복수할 때를 엿본다. 그러나 돈과 명예로 사랑과 결혼 역시 지참금 신세가 되어가고 있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제르쿠르 백작은 두둑한 지참금을 가져오는 귀족 가문의 영애 세실과의 결혼을 추진한다. 


메르테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몽을 부추겨 세실을 유혹할 것을 제안한다. 발몽의 성공과 함께 메르테유 역시 세실의 애인이었던 당스니를 차지한다. 발몽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타고난 미모와 지성, 정숙함과 두터운 신앙심으로 사교계에서 조용히 신망을 쌓은 법원장 부인 투르벨을 농락하려고 한다. 물론 이 역시 메르테유 부인의 은근한 질투와 성적 욕망이 결합한 간계가 한몫을 한다. 자신의 미모뿐 아니라 남녀의 연애감정마저 하찮게 여겼던 투르벨 부인에게 감당 못할 발몽의 유혹은 치명적이었다. 


권태로운 거짓 사랑 놀음에 질린 발몽에게 투르벨 부인은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었으나 한번 유혹에 성공하고서는 걷잡을 수 없는 애욕과 애증의 블랙홀로 모두가 빠져들어간다. 메르테유 부인의 은근한 유혹과 그녀와의 계약, 투르벨 부인의 진실한 사랑 앞에서 갈등하던 발몽은 결국 투르벨 부인을 버리고, 버림받고 농락당한 사실을 알게 된 투르벨 부인은 결국 자살을 택한다. 이에 충격을 받고 갈팡질팡하던 발몽은 세실의 연인 당스니의 결투 제안에 나갔다가 역시 목숨을 잃게 된다. 



돈 주앙의 화신인 듯한 발몽의 죽음, 세실의 실연의 전말을 모른 채로 오히려 남을 격정하는 그녀의 어머니 볼랑주 부인, 발몽과 메르테유 부인과의 밀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살에 이르는 투르벨 부인, 자신 역시 메르테유의 유혹에 몸을 내맡기고서도 세실의 진실을 외면했던 당스니의 어리석은 살인, 무엇보다 진실한 삶과 공허한 승부욕 사이에서 자신의 자아를 잃고 재산과 명예 모두를 빼앗겼던 메르테유 부인 맞은 각각의 결말 모두가 인간 삶의 미묘한 구석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발몽 자작과 세실, 메르테유 후작부인, 볼랑주 부인 그리고 당스니 기사 등 다섯 명으로 압축 각색되어 일종의 설명 극이나 해설 형태로 연출된다. 무대는 전체에 직사각의 백색 선을 그어놓고, 배경 앞에 다섯 출연자의 의자를 나란히 놓고 그곳에 앉아 각자의 장면에서 무대 직사각의 선 안으로 들어와 연기를 한다. 극적진행이라기보다는 상황설명식 내용전개라든가 또는 해설 형태의 공연으로 일관되다가 각자 극적 상대와의 연기가 포함된다. 그러나 출연진의 열정을 다한 연기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강성욱이 발몽 자작, 손혜인이 세실 블랑주, 이서현이 메르테유 후작 부인, 이은채가 블랑주 부인, 고영찬이 당스니 기사로 출연한다. 각자 성격창출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으로 기량을 드러낸다


예술감독 이정하, 조명디자인 이택기, 음악 이순영 임 완, 분장자문 석필선, 조연출 이아림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제6회 여성연극제 연출가전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 작, 정다솔 각색 연출의 <위험한 관계>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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