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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82] 극단 신세계, 공동창작 김수정 연출의‘별들의 전쟁’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9-01 20:29:42
  • 수정 2023-02-15 08:09:24

기사수정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연출의 <별들의 전쟁>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람했다.

김수정(1983~)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예술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 전문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전문사 출신으로 극단 신세계 대표이다. <2020 망각댄스 4 16> <공주들> <어린왕자의 지구보고서> <로미오&줄리엣> <우리동네 미스리> <귀신의 집> <망각댄스> <광인일기> <이갈리아의 딸들> <생활풍경> 등을 연출했다.

지금부터 50여년전 1968년 베트남에서 한국 파병 군이 연관된 민간인 학살사건이 '하미 마을 사건'과 '퐁니·퐁넛 마을에서 일어나 현재까지 한국과 베트남에 모두 여러 형태의 상처로 남아있다. 두 마을에서 각각 민간인 135명과 74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연극 <별들의 전쟁>은 이 사건들을 한국의 한 법정에서 정면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물론 픽션 재판 극이지만 관객의 가슴에 다가와 스며든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다양한 증언·기록과 함께 2018년 서울에서 열린 모의법정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등을 내용으로 변형시켰다. 이 법정에 원고로 참여한 응우옌티탄을 모델로 한 '응우옌티쭝'이 주인공이다.

법정 안의 풍경만을 다루는데, 긴장감과 드라마가 넘친다.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군인의 모친, 파병됐다 살아남은 군인, 베트남전 한국군 포로, 현직 해병대, 베트남전 진실을 파헤쳐온 기자, 라이따이한(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 병사와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 간호 장교, 베트남전 파병 군인의 베트남 혼혈 손녀 등이 증인으로 나선다.

원고는 50년 전 13세이던 소녀 응우옌티쭝이고 '대한민국'이 피고다. 유죄로 판정이 날 경우 대한민국은 국가 자격 박탈한다는 대단한 내용이다.

무대는 극장 출입구에 막을 쳐놓고, 그 앞에 판사와 원고가 의자에 착석한다. 객석은 나머지 3면이고 그 사이 통로나 의자에 원고와 피고 측 변호사와 증인이 착석한다. 무대 옆에 아주 오래된  잎이 다 떨어진 고목이 있어, 마지막 증인 노릇을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벽에 자막이 투사되고, 베트남 전 당시의 사진, 특히 민간인 학살 사진이 투사된다. 여성·아이의 시체가 담긴 사진이다.

파병 한국 군인의 만행을 다루지만 악한 쪽으로만 몰아붙이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나 다방면으로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의 베트남전 파병은 성장의 기회이기도 했다.  

6, 25 전쟁 당시 UN군이 이 땅의 민간인, 특히 부녀자에게 한 만행은 겪은 사람이나 본 사람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그걸 거론하는 사람은 없다.

연극에서 원고 측 증인과 피고 측 증인으로 등장한 인물들의 증언이나 주장에 공감을 하지만, 관객은 그것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배심원 노릇을 하면서 평결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오른쪽과 왼쪽 출구를 선택해 유무죄 편에 서게 된다.

결정적인 반전은 주인공 응우옌티쭝이 원고로 등장한 게 아니라, 타인이 그 대역을 했다는 설정이다. 다만 모든 역사적 만행을 지켜봤다는 고목만이 묵묵히 서있을 뿐이다.

강주희 고용선 김보경 남호성 민현기 박미르 백혜경 손종복 이강호 이재웅 정우진 홍은표 등 출연진의 열정을 다한 연기는 3시간 가까운 공연시간동안 관객을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극작 김수정 전웅 조가희, 조연출 조가희, 무대감독 전웅, 무대 송지인, 무대 어시스턴트 이송이, 조명 윤해인, 의상 김우유, 그래픽 미르그라피, 음악 이율구, 음향 전민배, 안무 김도희, 영상·촬영 박영민, 사진 이로, 조명오퍼 고주영, 음향오퍼 한사빈, 자문 고경태 구수정 심아정 이길보라, 법률자문 박선영 변호사, 기획 김진각, 홍보 박슬기 서민지 등 스텝진의 열정도 드러나, 극단 신세계의 공동창작, 김수정 연출의 <별들의 전쟁>을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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