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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81] 연극집단 반, 강민재 연출 ‘블루테’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8-16 16:56:42
  • 수정 2023-02-15 08: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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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집단 반의 제32회  정기공연 빅토르 아임 (Victor Haïm) 작, 김보경 번역, 강민재 연출의 <블루테(Veloute)>를 씨어터 쿰에서 관람했다.

빅토르 아임 (Victor Haïm, 1935~)은 프랑스 오드센 지방에 있는 아니에르에서 유대계 그리스인과 터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작품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5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대부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유머로 세태를 꼬집는 현실 참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사르트르, 브레히트, 골도니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현재까지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작품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등장시켜 인간의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초라한 모습을 그린다. 뿐만 아니라, 사회와 권력의 모순과 폐해, 부조리를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문체로 비틀어 풍자하고 꼬집는다.

모든 작품이 ‘인간에 의한 인간의 굴욕’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대부분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본질은 비극적이다. 이런 이유로 아임은 자신을 ‘인간적인 인간 혐오자’라 부르기도 한다. 1983년부터 1994년까지 교육자로서 여러 연극 학교와 대학에서 공연 예술, 연기를 지도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또한 ‘극예술작가·작곡가협회(SACD)’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극예술인들의 권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한편 프랑스연극센터 사무국장직을 맡아 연극 진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역자 김보경은 프랑스 스탕달그르노블3대학에서 언어학 학사, 석사 학위를 받고, 리옹2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어와 한국어 언어 문제에 대해 비교언어학 관련 연구 논문을 여러 편 썼고, ‘새한불사전’(공저,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7)의 한불 대역 집필 작업에 참여했으며 ‘페로 동화로 배우는 프랑스어 I, II’(공저, 도서출판 만남, 2007)를 펴냈다.

역서로는 ‘라팽 라팽’(공저, 서울여자대학교 출판부, 2002), ‘나는 감자’(청어람 주니어, 2009), ‘뿡! 방귀 뀌는 나무’(청어람 주니어, 2010), ‘톡! 쏘는 물고기’(청어람 주니어, 2010) 등이 있다

강민재는 영국왕립연극학교(RADA)졸업, 연출전공, Central School Speech and Drama-연기 지도 및 코치 석사, 킹스 칼리지 런던/영국왕립연극학교(RADA)-텍스트 및 공연학 석사다. 국민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극동대, 서경대, 청강문화산업대, 성결대학교에 출강중인 연출가다.

‘모토타운’ ‘밑바닥에서’ 뮤지컬 ‘고래고래’ ‘스테이크 하우스’ ‘살라메아 시장’ ‘미친 거래’ ‘자전거’(영국) ‘라쇼몽’(영국) ‘맥베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블루테(Veloute)’는 야채를 얇게 썰어 걸쭉하게 만든 수프다.

조나탕은 얼마 전까지 트럼펫 연주자였다. 일하던 클럽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한 조나탕은 운전사 구인 소식을 듣고 면접에 지원했다. 면접관은 조나탕에게 호감을 비치다가도 그와 경쟁하는 또 다른 구직자를 치켜세우는 식으로 조나탕을 면접한다. 면접관은 질문과 요구는 점점 도를 지나치더니, 결국 정체를 숨기고 자기 집에 잠입해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보고하라는 취업조건을 세운다.

그 결과를 보고 취업을 결정하겠다는 이야기다. 조나탕은 취업을 위해 부당해 보이는 요구를 받아들인다. 택시 기사로 위장하고 분실한 여권을 찾아 주는 척 면접관의 집을 방문한 조나탕은 면접관 아내 클로에를 보고 매력을 느낀다. 그는 클로에와 대화하던 중 부부 사이에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장면이 바뀌어 세 사람은 한 집에 살게 된다. 조나탕은 운전사로 취업하는 대신 면접관 부부를 위해 헌신하는 충실한 가정부가 되었다. 면접관은 면접장에서보다 더 고압적인 태도로 조나탕을 압박하고, 상황은 점점 더 긴박해진다.

사실인지 아닌지 믿기 힘든 클로에의 고백을 통해 면접관의 실체가 드러나고, 아내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이 드러난다. 결국 면접관과 아내와의 갈등, 면접관의 지나친 조나탕에 대한 핍박이 폭발하면서 욕실로 들어간 면접관과 뒤따라 들어간 조나탕, 그리고 잠시 후 뛰어나온 조나탕이 면접관이 사망했다는  소리를 클로에에게 하고, 클로에가 욕실로 뛰어들어가면, 홀로 남은 조나탕의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빅토르 아임은 이 작품을 통해 직장과 가정에서의 상명하복관계나, 부부나 종업원의 정신적 학대 문제를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냈다.

무대는 마름모 형태의 무대다. 배경은 여러 개의 창으로 되어있고, 승강기처럼 보이는 출입구가 있다. 탁자와 의자가 있고 응시자에게는 접는 사다리 같은 높은 기구에 앉아 면접관 질문에 답하도록 한다. 장면이 바뀌면 면접관의 집이고, 탁자와 의자 그리고 창 밖 조리실에서 작은 욕조를 닮은 기구에 수프를 끓여 방안으로 들여온다. 창문에 면접장면, 조나탕과 클로에와의 동태가 촬영되어 영상으로 투사된다.

김지은이 면접관의 부인 클로에,  문창완이 면접관, 송현섭이 취업하는 조나탕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작중인물에 어울리는 성격창출은 물론 발군의 연기력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연출 김지훈 박양지, 무대 송지인, 조명 김성찬, 영상 김만재, 사진 유동운, 음악(작곡) 이승호, 연기지도 이윤화, 보이스코치 윤소희, 분장 이혜인, 기획 김지훈 박양지, 홍보 이종관, 진행 최보미 김희애, 사진 유동운, 제작지원 ㈜ 메이퀸픽쳐스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연극집단 반의 제32회  정기공연 빅토르 아임 (Victor Haïm) 작, 김보경 번역, 강민재 연출의 ‘블루테(Veloute)’를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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