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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77] 제3회 스튜디오 76 페스티벌 극단 골목길, 박근형 작/연출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7-17 01:09:44
  • 수정 2023-02-15 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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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스튜디오 76 페스티벌 극단 골목길이 박근형 작 연출의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를 스튜디오 76에서 관극했다.

박근형(1963~)은 1985년 극단 76에 입단했다. 이후 1991년 ‘춘향’(1991)으로 데뷔했다. 그 후 극단 76과 함께 ‘아스피린’(1994), ‘쥐’(1998), ‘만두’(1998)를 올렸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연극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박근형은 2001년부터 극단 골목길을 이끌고 있다. ‘귀신의 똥’(1999), ‘이자의 세월’(2000), ‘물속에서 숨 쉬는 자 아무도 없다’(2001), ‘삽 아니면 도끼’(2002), ‘대대손손’(2003), ‘집’(2003), ‘삼총사’(2003), ‘선창가’(2005), ‘돌아온 엄사장’(2007), ‘백무동에서’(2007),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2008), ‘너무 놀라지 마라’(2009), ‘아침 드라마’(2010), ‘처음처럼’(2011) ‘햄릿 업데이트’(2011),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 ‘청춘예찬(2013)’ ‘시대유감’(2013) ‘피리 부는 사나이’(2013) ‘베키 쇼’(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4) ‘만주전선’(2014)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2016) ‘베니스의 상인’(2019)을 집필 연출했다.

‘만주전선’으로 2014 공연 베스트 7,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2014년 제4회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우수상, 2010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09 ‘너무 놀라지 마라’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2006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로 올해의 예술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대산문학상 희곡상을 수상하고, 김상렬 연극상(2005), 올해의 예술상(2005) 동아일보 차세대를 이끌고 갈 연출가 1위 선정(2003)되고,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BEST 3 – 대대손손(2000),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 청춘예찬(2000), 문화관광부 장관상(1999) KBS 문예진흥원 공동주관 [발굴 이사람] 선정(1999), 평론가협회 작품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청춘예찬(1999), 청년예술대상 희곡상(1999), 연극협회 신인연출상, BEST 5 작품상 – 청춘예찬(1999)을 수상했다.

연극은 천재 시인 이 상(본명 김해경)이 폐결핵을 앓으며, 초라한 단칸방에서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의 모습을 그의 조카와의 2인극으로 펼쳐낸다.

무대에는 판자 집 같은 낡은 방 한 칸으로 구성되고, 배경 쪽에 문이 있고, 상수 쪽에 트렁크 위에 이불과 요가 올려져 있고, 방에는 탁자로 사용되는 형태의 궤짝과 책 더미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객석 가까이에는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해 냄비가 방바닥에 놓였다.

문 옆에 우편함 용도로 만든 구조물이 있고, 벽에는 거울이 달렸으나 종이로 전체를 발라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가 후반에 종이를 찢어낸다. 장기판과 알이 사용되고, 마치 여러 개의 다다미방 조각처럼 방바닥이 만들어지고, 후에 방바닥은 장기판으로도 사용된다. 주인공 이상은 자신에게 자주 편지를 써 붙이는 것으로 소개가 되고, 그 심부름을 맡아 하던 조카가 나중에 거절을 하면서 그동안의 편지다발 수십 통을 내어 보이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진찰실에서 결핵말기 진단을 받는 이상과 의사의 편지 읽기 식 놀이에서 시작된다. 의사는 이상의 글을 감탄과 존경으로 대한다. 더구나 폐암말기라는 진단을 아무렇지 않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장면이 바뀌면 이상은 빈 방 천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눈을 씻고 그 물을 마신 후 바로 그 자리에 눕는 이상의 모습이 연출되고, 그의 조카가 마치 모세의 지팡이 같은 조형물을 짚고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등장한다.

이상은 조카에게 편지가 왔느냐고 물어본다. 이상이 자신에게 쓴 편지를 조카가 읽으면, 이상은 들으며 마치 타인이 자신에게 쓴 편지처럼 듣는다. 두 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진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어떻게 보면 조카가 어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은 여느 때처럼 편지 붙이기를 부탁하고, 조카는 돈이 떨어져 더 이상 못하겠노라고 한다.

이상이 화늘 내면, 조카는 문 옆에 우편함을 지적하며 그 위에 바른 종이를 뜯어낸다. 두 사람은 장기놀이를 한다. 초패왕과 한나라 유방이 되어 마치 싸움을 벌이듯 장기놀이를 펼친다. 이상은 초패왕 노릇을 하며 우미인 이야기를 하고 그를 연모하는 마음을 조카에게 전한다. 그것은 일찍 저세상으로 떠난 이상의 처에 대한 연모의 정이기도 하다. 이상의 처는 곤궁한 생활로 성매매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악성 성병에 걸려 사망했으나, 이상의 아내의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표현된다.

편지와 연관된 이야기, 장기놀이가 계속되면서 다툼이 끊이지를 않고 이상이 객혈까지 보이니, 조카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이상에게서 떠나간다. 대단원은 이상이 심한 기침을 계속하며 숨이 끊어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주완이 이 상 역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이호열이 조카와 의사로 출연해 역시 호연으로 앙상블을 이룬다.

조연출 박희민, 무대감독 김혁민, 무대디자인 김병건, 조명디자인 이현직, 음악디자인 박민수, 홍보디자인 손청강, 의상 소품 최유리, 오퍼레이터 이상숙 홍수민, 진행 남선우, 기획 및 진행 안도영, 판화작가 박 연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작 연출 ‘하늘은 위에 둥둥 태양을 들고’를 전국순회공연을 해도 좋을 명작 2인극으로 만들어 냈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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