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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72] 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4주년기념공연, 이태훈 연출 전통가무극 ‘퓨전춘향’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7-01 03:52:31
  • 수정 2023-02-15 08: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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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연극협회 정중헌 제작총괄, 김도훈 예술감독, 이태훈 연출의 전통가무극 <퓨전 춘향>을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관람했다.

이태훈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서울문화예술대학교연극영화과 학사, 경기대국제.문화대학원연기학과 석사출신의 배우 겸 연출가다. <작가찾는 6인물 - 지멋대로 사람들> <다목리 미상번지> <성호가든> <아름다운 인연> <러브스 게임> <서울방자> <서울말뚝이> 그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퓨전 춘향> 판소리 <노인과 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창작 연희극 <고추 말리기>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07년 제27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연극부문상을 수상했다.

최근 작자 미상의 춘향전의 원작자는 남원의 진사출신 조경남(1570~1641)으로 밝혀졌다. 그는 남원부사로 재직했던 성안의의 아들 성이성(1595~1664)의 스승이었고, 훗날 호남 암행어사가 된 그를 이몽룡의 모델로 삼았다”

‘춘향전의 비밀’(서울대 출판부)에서 “춘향전은 지방의 지식인 문학에서 출발했다”며 “춘향전의 핵심공간인 남원의 역사를 잘 아는데다 타락한 시대와 암행어사의 기능에 관심이 컸던 조경남이 원작자가 분명하다”고 수록했다. 

조경남은 남원에서 70평생을 살면서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전투에 참가했고, 향반으로서 지방부사 및 암행어사들과 직접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경험을 57년에 걸쳐 ‘난중잡록’ ‘속잡록’ ‘역대요람’에 기록해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높이 평가돼 왔다. 그는 설화집 ‘소견록’과 자서전 ‘병옹자전’을 썼고 생애 마지막 저작으로 춘향전을 창작했다.

조경남은 남원부사가 된 아버지를 따라 책방도령으로 일시 남원에서 살았던 소년 성이성을 주목하게 됐고, 그가 과거에 급제한 뒤 1639년과 1647년 두 차례에 걸쳐 호남 암행어사로 남원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그의 현손자는 자신의 고조인 성이성이 어사출도 당시 금준미주시를 읊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금준미주시를 최초로 문헌에 기록한 사람은 소년의 스승인 조경남이었다.

그는 명나라의 조도사란 군인이 광해군에게 술대접을 받으면서 폭정을 비꼬아 지은 금준미주시를 ‘속잡록’에 소개했다. 또 성부사와의 교분으로 소년시절의 성이성을 가르쳤던 사실, 성이성 이외에 당대의 호남 암행어사 노진·목성선·윤계선과 교류를 가졌던 사실을 자신의 문집에 남겼다. 한편 성이성이 남긴 ‘호남암행록’에서는 1639년 암행어사로 남원에 왔을 때 스승 조경남과 광한루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남원의 역사를 잘 알고 정치현실에 비판적이었던 조경남이 제자 성이성의 암행어사 활동과 당시 떠돌던 기생설화 등을 종합해 춘향전을 창작한 것이다. 특히 국문학사에서 별로 취급되지 않았던 조경남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유몽인의 ‘어우야담’과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고금설화집 ‘소견록’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다.

“그동안 춘향전의 저자를 놓고 누구인지 모르지만 대작가가 지었다는 학설과 천민광대들이 설화를 모아서 공동창작했다는 학설이 팽팽히 대립했으나 당대 설화에 밝았던 조경남 자신의 창작과 설화를 합쳐 춘향전을 썼다는 사실은 기존 두 가지 학설을 종합하는 결과가 된다.

<퓨전 춘향>은 기존의 창극단이나 국극단에서 공연한 양식을 한 단계 뛰어넘는 일종의 르네쌍스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의 공연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의 축약과 각색에서부터 관객이 생활 속에서 늘 상 접하던 음률과 음악을 재현해 사용 연출하고, 도입에서부너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관객과 호흡을 완전히 일치시키고, 극 속에 동참하는 듯싶은 심경과 모습으로 관람을 하게 된다. 

해설자라든가 몹 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조화롭고 통일된 동선과 율동 그리고 합창은 국악, 대중가요, 외국 가요를 사용하며 조화를 이루고, 특히 6, 70년대 망나니, 저승사자, 극악한 역을 독차지 했던 영화배우 조석근이 심어놓고 간 망나니에 대한 인상을, 훤칠하고 우아함이 넘치는 망나니로 개조해, 언짢았던 인상을 지워버리도록 만든 출연자나 연출자의 기량은 칭찬할만하다.

무대는 배경 전체를 돗자리 같은 가리개 여러 장으로 둘러싸고, 중반부에는 꽃그림 가리개 앞에 사또 의자를 낮은 단위에 배치하고, 변학고 생일잔치에는 잔치 상을 들여다 배치한다. 조명이 비추어진 공간에 춘향이 목에 칼을 쓰고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연출되고, 출연진이 객석 뒤 쪽 계단 위에서 내려와 등장하기도 한다. 음악반주는 무대 뒤에서 들려나온다.  

비전문배우인 김아진, 김진태, 김혜주, 박태식, 백종문, 종경배, 양문정, 이 락, 이연주, 김민정, 정애경, 진보경, 진수영, 최중재 등이 출연해 전문배우 못지 않는 열정과 기량으로 열연과 열창 그리고 무용을 펼치고, 고인배, 노석채, 최은영, 안재준 같은 전문 배우들이 특별출연해 비전문배우들과 호흡을 일치시키며 공연에 날개를 달아준다.

제작총괄 정중헌, 예술감독 김도훈, 음향 한 철, 분장 박팔영, 조명 김용주, 음악 서상완, 소리 최은영, 안무 이창순, 조연출 정가람 등 스텝진의 열정이 드러나, 한국생활연극협회 이태훈 연출의 전통가무극 <퓨전 춘향>을 국공립극단 의 기존의 공연형식을 뛰어 넘는 한편의 르네쌍스 식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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