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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166] 미지愛시어터, 정상훈 연출 ‘오월의 햇살’
  • 박정기 자문위원
  • 등록 2021-06-19 02:43:45
  • 수정 2023-02-15 07: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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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愛시어터의 알베르 카뮈 작, 서부시대 사람들 각색, 정상훈 연출의 <오월의 햇살>을 서완소극장에서 관극했다.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하였다. 당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였다. 농업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장애인 어머니와 가난 속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할 만한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최초의 본격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집필 작업에 들어갔으나 1960년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쳤다.

20세기 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5막극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러시아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암살한 모스크바의 사회주의 테러리스트들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막이 열리면 다섯 사람의 테러리스트가 한데 모여 모의를 한다. 

시인으로 행복과 아름다움을 애호하며 삶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살인을 감행하는 이반 칼리아예프, 그룹의 지도자이며 인정 많은 인물 보리스 아넨코프, 극단주의자 스테판 페도로프, 열정적이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젊은 이 알렉시스 부아노프, 그리고 사랑과 정의의 감정에 넘치지만 연민의 정 또한 억제하지 못하며칼리아예프를 사랑하는 도라 둘보프가 그들이다. 

그들은 이제 면밀하게 세운 계획에 따라 세르게이 대공이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폭탄을 던져 그를 살해하려고 한다. 폭탄을 던지기로 한 칼리예프는 정의감에 차 자신만만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대고으이 어린 두 조카가 마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만 뒤로 물러나고 만다. 

내세우는 대의명분이 아무리 혁명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사가 지연되자 테러리스트들 사이에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고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노풀된다. 내일의 러시아를 위해서라면 희생시키지 못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스테판, 그리고 인간주의를 앞세우는 칼리아예프와 도라는 격렬하게 논쟁하며 대립하지만 결국 리더 아넨코프의 결정에 따라 칼리아예프는 다음 기회를 얻게 되고 결국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체포되어 사형당한다.

카뮈는 「정의의 사람들」에 대해 "이 작품의 모티브는 역사상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의 사라들」이 역사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고, 내가 말하는 바와 같이 행동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에게 실제 인물의 이름-칼리아예프-을 그대로 붙이기도 했다. 

카뮈는 암살이라는 가장 잔혹한 과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했던 그들에 대한 "존중과 찬미의 심정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도 고백한다. 이 작품의 칼리아예프는 카뮈의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확실한 작가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도 있고 즐거움도 엄연히 있다"고 못박아 말하는 그는 참여적 인간과 예술가의 이중적 열망을 동시에 요약한다. 카뮈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억압과 폭력에 대해 항의를 표하거나 1949년 사형 선고를 받은 그리스 공산당원들의 옹호 운동을 벌이고,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을 인정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유네스코 탈퇴하는 등 지성과 행동을 겸비한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반항의 정신에 연민의 정신을 결합하는 섬세한 살인자들"이 등장하는 이 <정의의 사람들>은 앞서 1944년에 초연된 <칼리굴라>와 마찬가지로 100회 이상의 공연 실적을 올리며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연극은 시대적 배경을 1980년대 한국으로 옮기고, 독재에 항거하는 혁명단체의 사무실이 주 무대이고 경찰서 취조실로도 사용되고 감옥으로도 연출된다. 무대 상 하수에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무대 중앙에도 탁자와 의자를 배치했다. 배경 가까이 캐비넷을 여러 개 세워놓고, 그 옆에 도시의 지도와 사진을 여러 장 붙인 게시판이 있다. 하수쪽 벽에도 게시판이 있다. 책상위에는 전화기와 라디오 겸용 축음기가 올려져 있다. 상수 쪽에 밖으로 나가는 통로와 계단이 보인다.

경찰서 취조실 장면은 당시 대부분의 경찰이 왜경 노릇을 하다가 한국에서 계속 경찰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취조도중 폭력행사는 물론 무자비한 고문까지 병행했기에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장면이 재현된다. 그러다가 석방이 된 주인공이 혁명단체의 본거지로 되돌아오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독재수뇌을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투척하기로 하고, 그 일행에 어린이가 동행한 것을 보고, 투척을 포기한 행위가 동지 중 일부는 이해하지만, 이해하지 모하는 동지도 있어 다툼이 일어난다. 

독재자를 타도하기 위한 폭탄 투척이 재현되고, 결국 성공하지만 체포된다. 수감 중 독재자의 부인이 찾아와 바이블을 꺼내 신앙을 갖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한편 동지들 뿐 아니라 주인공을 사랑하던 여성동지의 안타까움이 펼쳐지고,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 것과 여성동지의 비통함과 독재자를 사망토록 한 주인공의 행위를 연상하며 미소를....

손인찬, 박정철, 이진주, 김민경, 지 찬, 안두호, 오문경, 김준호, 박서안, 김정균 그리고 연출을 한 정상훈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다. 같은 배경을 더블 캐스팅으로 날자 별로 출연하고, 성격설정은 물론 탁월한 기량으로의 열연으로 관객을 완전히 극에 심취 몰입토록 만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김정균, 협력연출 이 선, 무대감독 김 범, 무대 서부시대 사람들, 조명 오세철, 음향 이성훈, 의상 김지수, 소품 박초요람, 디자인 최은주, 홍보 김정환, 진행 노시아 등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미지愛시어터의 알베르 카뮈 작, 서부시대 사람들 각색, 정상훈 연출의 <오월의 햇살>을 카뮈의 원작을 능가하는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 주요경력

황해도 금천생, 서울고 서울대미대, 서울대학교 총동문회 이사, 극작가/연출가/평론가, 한국희곡뮤지컬창작워크숍 대표,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 위원, 전 서초연극협회 회장, 본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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